[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규태 기자·김동준 기자]“한국당은 보수주의를 보여준 적이 없다.” “청와대와 여당이 실책하기만 바랄 뿐이지 대안은 못 내놓고 있다.” “기득권이 다 틀어쥐고 후계자 양성엔 관심도 없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계파갈등으로 내홍을 겪던 한국당이 가까스로 ‘김병준 호’로 깃발을 내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수술대에 올랐다. 한국당의 쇄신과 관련해선 ‘세대교체’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이에 젊은 보수들을 만나 매섭고 날카로운 한국당에 대한 진단을 들어봤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진단과 보수의 길과 관련해 미디어펜 인터뷰에 나선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좌측부터),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여명 자유한국당 서울시의원./사진=미디어펜
한국당이 6.13지방선거에서 대패한 이유가 뭘까
먼저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부분 ‘가치 부재’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보수 가치를 보여준 적이 없으니 프레임 전쟁에서 졌고, 결국 보수를 지지하는 젊은층을 떠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신용한(50)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6.13지방선거에서 충북도지사 선거 출마 후보자)은 “지금 한국당을 보면 ‘가치적 동질체’라는 개념이 없다”며 “직업인으로서의 정치인만 남아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당은 항상 우리 사회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을 빌어다가 썼다. 대다수가 좋은 직업에 있는 사람들이 수평이동한 것”이라며 “항상 주류사회에 있다보니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주류에 편입되는 방법만을 잘 알고 있을 뿐인 그들이 보수주의를 보여준 적이 있냐”고 되물은 신 전 후보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책임, 희생, 헌신 등 보수주의의 교과서적 가치를 누가 보여주기나 했나. 가치의 바탕이 없으니 국민들은 보수우파를 버린지 오래됐다”고 진단했다.
백경훈(34세)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현 대통령직속 일자리위 청년TF 청년위원,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자문위원)는 “우선 당 내부적으로 탄핵을 성찰하고 반성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나 의문이 든다”고 지적하고,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에게는 ‘탄핵 당한 당’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인식됐을 것”이라며 선거 참패의 이유를 들었다.
그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25% 안팎인데 정치권에선 그 지지율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대선의 경우 탄핵 여파가 너무 커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대다수의 국민들을 아우를만한 메시지와 인물들을 내세워서 선거를 치렀어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명(27세) 자유한국당 서울시의원(전 한국당 혁신위원 1기)은 “어느 당이나 계파가 없을 수는 없지만 힘든 시기에 똘똘 뭉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의원들이 원내에 오래 있다 보니 진짜 여론과 포퓰리즘을 구분 못하는 것 같다. 우파 유권자의 진짜 민심은 한국당이 우파 대안정당 행보를 밟기 원하는데 막상 정책도 없고, 겸손한 정치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국당만 절대 모르는 한국당의 민낯이란?
젊은보수들은 지금의 한국당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부끄러워하고 적당히 봉합하는 적당함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또 자신들이 잘해서 지지를 받을 생각은 안하고 문재인 정부의 실패만 바라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신용한 씨는 “지금 한국당은 문재인정부가 똥볼 차면 희망이 올 것이라고 믿더라”며 “더이상 이런 식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국민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쇄신할 때 이해찬‧정청래 의원 다 내치면서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줬다”고 말을 이어간 그는 “보수진영도 국민에게 카타르시스를 줘야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당이 정체성 확립에 대한 치열한 싸움을 해야 한다. 지금 선거철이 아니니까 지금 해야 한다”며 “무당파가 38%이고, 이들은 중도가 아니다. 이들의 지지율을 끌어오려면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부끄러워하고 적당히 봉합하는 것으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이 국민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방법에 대해 “기존 기득권층이 아무리 ‘우리가 다시 태어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보다는 뉴 페이스, 특히 젊은층을 전면에 포진시켜 무엇인가를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모바일에 체화된 20~30대의 ‘직관’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젊은층에게 카타르시스를 줄 수 없다“고 했다.
백경훈 씨는 “지난 지방선거에서나 지금도 한국당에서 나오는 메시지만 봐도 ‘반공’, ‘빨갱이’라는 언급이 나오는 것에 이해가 안 간다”며 “국민들의 정서나 공감대와 전혀 거리가 멀다. 열성 지지자들만 좋아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당은 바라는 지향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컨텐츠가 없다. 새로운 인물과 세력이 필요하지만 정돈된 담론과 실력도 필요하다”며 “그런데도 주어는 항상 ‘문재인’이다. 문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한데 보수당에서 내놓는 대안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6.13 지방선거 참패 후 김병준 위원장을 위시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사진=미디어펜
한국당, 이렇게 쇄신해달라
젊은보수들은 한국당이 쇄신하려면 세대교체만이 정답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실 소위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여전히 소장파로 인식되고 있고 이들 다음에 보수진영에서 젊은 정치인이 발탁되고 양성된 적이 없다.
신용한 씨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인 오바마나 클린턴이 40대에 정치리더가 된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41세이다. 이유가 뭘까”라며 “해당 선진국에선 이미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양상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진국의 정치를 보면 의사 결정하고 집행하는 단계에서는 어드바이저 그룹인 시니어 그룹이 채찍질도 하고 모니터링도 해주지만 전방에는 젊은 정치인을 내세운다”며 “궁극적으로 어드바이저 그룹이 개인의 이익도 취하고, 국가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우리는 모든 의사결정을 기득권에서만 취한다. 비단 정치뿐 아니라 경제, 문화계 모든 분야에서 젊은이들에게 기회와 성장의 사다리가 놓여있지 않다. 기득권이 다 틀어쥐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수우파 진영서 언급되는 남원정은 여전히 소장파로 인식된다. 그런데 그들의 나이가 지금 몇인가”라며 “과거 한 시절 집단적으로 발탁된 남원정과 오세훈, 나경원, 이혜훈 의원은 30대 중후반부터 40대 초반에 발탁됐다. 그러나 이후 젊은 인재가 보수진영에서 집단적으로 발탁된 적이 없다. 과거 소장파들은 여태 대권후보의 위치에 올라가지 못했고, 그룹파워를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결정적으로 후계자 양성을 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백경훈 씨는 “한국당이 알량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헤쳐모이는 것이 답”이라며 “지금 또 버티기로 가면 5년이면 될 일을 10년, 20년 걸려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보수당의 과거나 현재도 상대당의 실정에 기대서 정치를 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더 이상 보수적통이라는 그런 알량한 기득권에 기대서는 전혀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찌보면 지금 한국당에게는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이번 기회마저 놓친다면 앞으로 다음 총선까지 2년 정도 시한부로 살다가 한국당은 소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한국당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아예 바닥에서부터 보수 재건의 뼈대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것이 안 된다면 부실한 뼈대에서 버티기만 하는 것에 불과하다. 새로운 바닥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시작해야 한다. 준비된 젊은 정치인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보수들을 향해서도 “우리에게 기회를 달라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젠 기회를 쟁취해야 할 때다. 기존 정당에 들어가든, 정당이 아닌 제3섹터에서 나름의 세력을 구축하든, 또 다른 방식으로든 정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현재 보수를 이끌어갈 수 있는 지도그룹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 기존 한국당 지도그룹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준비된 세력이 되어서 젊은보수 스스로 쟁취하는 모습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