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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대재난은 잠시 숨어있을 뿐이다

2014-06-16 11:37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민족주의는 우리 근현대사를 이끌어온 핵심 키워드이다. 일제의 36년간 식민지지배와 해방, 그리고 6.25북한의 남침, 남북분단 상황 등...민족주의와 민족이란 개념은 항상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의 이념갈등에서 가장 첨예하게 부딪치게 만드는 핵심용어이다.  자유와 자유주의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대혁명이후 본격 발현된 자유주의는 서구의 근현대사를 추동한 핵심 키워드였다. 자유는 천부인권, 사유재산보호와 함께 서구의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발달을 이끌었다. 반면 공산주의는 급진적 민족주의, 전체주의, 사유재산권 부정 등으로 인류사에서 끔찍한 재앙을 초래했다.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한국에서 나타나는 민족주의와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분석하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우현교수의 자유와 민족의 새지평(1)-우리 한민족(韓民族), 참사(慘事)로부터 안전한가?

진도 앞바다 세월호 참사(慘事)로부터 두달이 지났다. 아직도 실종자가 있고 희생자들에 대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므로 이 대재난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눈을 들어 외신을 보자. 러시아가 옆 나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서방국가들을 화들짝 놀라게 하고 신냉전 바람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오는 민족간 분쟁, 참사는 비참하기 이를 데 없다. 이라크는 시아파, 수니파 분쟁으로 그 큰 나라가 맥없이 쪼개지고 있다. 인접한 대국 이란도 개입한다고 한다.

한반도 정세를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하다. 젊은 지도자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은 용트림을 하고 있다. 푸틴의 러시아는 이미 공산주의 시대 소련에 버금가는 힘을 자랑한다. 일본은 어찌하든 고노담화를 없었던 일로 뒤집어보고자 애쓴다. 아베정권의 역사왜곡 등 독선적 정책은 우리 신경을 하루 하루 자극한다. 북쪽의 중국이 육중한 각목으로 위협한다면 남쪽의 일본은 예리한 바늘로 콕콕 찌르는 존재라고나 할까? 미국이 언제까지 우리 편을 들어줄지도 미심쩍다. 다시 ‘조선책략(朝鮮策略)’이 필요할지?

브라질 월드컵 열기가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다. 그러나 지구촌 참사의 어두운 그림자에 항시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다. 한반도에 사는 우리는 분단민족이고 외세의 압력을 항상 받고 있으니 누구보다 국내, 국제분쟁이라는 대참사에 민감하다. 새삼스럽게 ‘민족’, ‘민족의 운명’을 돌이켜본다.

필자는 이어지는 몇 편의 기고를 통하여 두 가지 논증을 하고 싶다. 첫째는 민족주의가 우리 한민족에게 꼭 있어야 하는데 이는 좌파가 아니라 자유, 풍요를 통한 선택적 복지, 감성, 행복을 추구하는 우파 노선과 잘 맞는다는 것. 둘째는 자유민주주의가 인민민주주의(공산주의)보다 도덕적으로 훨씬 우월하다는 것이다. 그 이외에는 다른 뜻이 없다.

민족주의, 자유주의를 국가주의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도 전혀 없다. 더더욱 민족주의라는 프리즘을 통해서만 개인을 국가에 복종하는 인간으로 훈육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아니다. 지금 정치권을 달구는 시사적인 핫 이슈와 이 글은 전혀 관계 없다.

현미경으로 한민족 안의 사정을 들여다보자. 복잡다단하기 이를 데 없다. 북한 김정은정권의 핵전쟁 위협, 대한민국 내의 심각한 지역주의, 사상 갈등이 보인다. 나라가 이리 저리 찢기고 쪼개지니 국민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없다. 먹고사는 문제해결에 집중할 수도 없다. 그러니 경제는 항상 허덕이고 선진국 문턱에서 번번히 주저앉는다.

또, 후세대의 교육은 경쟁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인성교육, 법치교육, 건강한 시민교육에 치중하기보다 아버지, 어머니 세대가 흘린 땀의 가치를 깎아내리기에 여념없다. 일자리 부족, 돈의 부족을 나보다 낫게 사는 사람 탓이라고 치부한다. 200만 년 인류역사에서 볼 때 재화(財貨)는 그렇게 ‘남 탓이오’하는 정신에서는 결코 얻어질 수 없었다. 이래가지고야 유럽, 미국, 중국, 일본 젊은이와 경쟁할 수 있을까? 심지어 인도, 남미, 동남 아시아 청년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조차도 염려된다.

지금 한민족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말까하다. 중국으로부터 수 천 년 동안 지배-복종 관계에서 고통을 받았고 서구 제국주의의 근성을 모방하여 습득한 일본으로부터도 침략을 받은 우리다. 그 위협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고 서해 해안포까지 들볶아대니 참으로 머리가 아프다.

나아가 우리는 교육비 걱정, 집 걱정, 노후 걱정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살기 팍팍하다는 것은 개인적, 가정적, 사회적으로뿐만 아니라 국가적, 민족적으로도 큰 재난이다. 이처럼 큰 걱정 속에 사는 우리가 어찌 마음을 하나로 모으지 않을 수 있으랴? 그리하여 지금 우리 민족이 해야 할 일은 일제시대나 해방 이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누구 말마따나 우리나라의 청춘남녀가 조그맣고 좁다란 생각을 버리고 큰 사명에 눈을 떠야 할 때이다. 어떤 민족이든 그 역량은 정신력에서 출발하여 국민통합을 거쳐 경제·산업에서 절정을 이룬다. 일자리와 돈의 부족이 심각하지만, 먼저 정신적 역량을 쌓아나가야 한다. 그런 연후에 눈을 물질세계, 정치세계로 돌려야 한다.

좁고 가느다랗게 갇힌 한반도 공간에서 우리는 살기 위해, 국제 분쟁에서 오는 민족적 대참사를 피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한반도의 우리 민족을 둘러싼 재난 참사위기는 잠시 숨어있을 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라크의 혼란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지구촌의 전쟁, 대참사, 힘을 겨루는 이웃으로부터 우리가 안전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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