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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비대위와 한국당 밀실인사의 악몽

2018-07-30 11:07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 실패를 반복해왔던 자유한국당이 이번에도 실수를 되풀이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 행보를 보면 더욱 그렇다. 김 비대위원장이 한국당에 새로운 가치를 심겠다며 영입한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 김대준 비대위원은 불과 한 달 전까지 민주당에 당비를 납부했던 인물이다.

이건 그럴 수 있다 치자. 주거침입, 절도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 혐의와 같은 죄질 안 좋은 범죄경력에다,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광역의원으로 공천 신청했다가 예비 경선에서 탈락한 인물이라는 대목에 가면 할 말이 없다. 한국당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영입한 인물이 민주당이 못 쓰겠다고 버린 이런 경력의 인물이란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더 기가 찬 건 이런 사실이 확인됐는데 즉각적인 결단을 못 내리며 결정 장애에 시달리는 한국당 태도다. 한국당은 퇴출이 아닌 자진사퇴 형식에 그것도 본인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고 핑계대고 있다. 추천과 결정 시스템이 작동 아니, 그런 게 있기라도 했는지 모르겠다.

한국당, 실패를 향한 영혼 없는 인사 되풀이

김대준 비대위원의 치명적 결점이 도드라져 그렇지 다른 원외 비대위원들도 별 감흥을 주지 못한다. 한국청년정책학회 이사장 정현호 비대위원은 박근혜 인수위 청년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마중물여성연대 대변인 이수희 비대위원은 2008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무행정분과 자문위원을 지낸 인사다.

최소 십여 년 전부터 당 주변을 기웃거리고 사실상 정치인이나 다름없이 활동해온 인물들을 보수 가치를 새로 정립하고 당 혁신을 주도할 구원투수라고 올렸다. 이들이 한국당 비대위원에 임명된 배경도 알 수 없다. 친박계 비박계 나눠먹기로 보일 뿐이다. 전 삼표시멘트 대표이사 최병길 비대위원도 국민에게 어떤 가치와 혁신 메시지를 줄 수 있는지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심각하다. 당에 새로운 가치를 심겠다는 그는 반공을 매도한다. 그리곤 평화가치 운운하며 안보는 DJ정신을 따르자하고 문재인과 박정희를 동급 국가주의자로 묶어 노무현 가치를 따라야 한다고 역설한다.

박정희, 문재인이 국가주의잔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자. 그런데 보수정당 가치회복이란 한국당 혁신 목표가 노무현 정신 실현인가. 한반도 안보상황이 DJ정신 실천에 따른 평화체제 구축을 말할 때인가. "자르지 못하고 버리지 못할 바에는 새로운 것을 세워 덮어야 한다"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박정희를 지우고 그 자리에 노무현을 세워 덮으려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다.

지금 한국당 행태를 보면 민주당과 노무현 적자경쟁 하자는 것인지 진정한 보수가치로 업그레이드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보수정당 역사와 국민 감수성을 깡그리 무시하고 초란이 방정만 떠는 독단적인 행보가 성공할 수 있을까. 보수의 축을 무너뜨리고 민심 거부감만 키울 뿐이다. 문제는 당 뿐 아니라 보수를 망치는 한국당 영혼 없는 인사 행태가 이번 비대위 뿐 아니라 오래 전부터 번번이 되풀이돼 왔다는 점이다.

지난 24일 자유한국당은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필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국당 추천 인사도 그런 사례로 본다. 지난 26일 JTBC 태블릿PC 보도 심의에 한국당 추천 상임위원은 아예 보이콧 했다. 2주 전 TV조선 법정제재와 관련한 항의차원이라고 한다. 수적 열세라고 불참이 만능이 아니다.

소수라 힘이 없으니 아예 자리에 안 가는 것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정당하다면 한국당은 그런 자리에 왜 굳이 인사 추천을 하고, 사람들은 기를 쓰고 자리에 가려고 하나. 그럴 거면 차라리 허수아비를 갖다 놓으면 될 게 아닌가. 방심위, KBS 이사회, MBC 방문진 어느 기관이나 마찬가지다.

언제부터인지 소수자의 보이콧을 마치 저항인 것처럼 여기는데 편리한 착각이다. 소수일수록 더 악착같이 참석해 문제를 제기하고 여론을 환기시켜야 한다. 그래야 다수 횡포에 어느 정도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 아무것도 안 할 거면 그 자리를 끼고 앉아 있을 필요가 있나. 그런 자는 그만두게 하고 일 할 수 있는 사람을 자리에 보내는 것이 맞다.

'인사추천' 한국당은 실패한 역사와 단절할 수 있을까

한국당에서 현재 벌어지는 꼴불견을 보며 공영방송 이사회에 또 어떤 엉터리 인물을 추천할지 걱정하는 건 무리가 아닐 것이다. 특히 KBS 이사회 이사로 한국당 추천이 유력하다는 설이 도는 한 후보자 경우는 전형적인 밀실인사다. 이 후보자는 보수정부 시절 KBS 사장을 지낸 인물이 강력히 밀고 있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았다. 그 뒤에는 한국당 핵심 실세까지 연결돼 있다는 설도 있다.

KBS 현역시절 언론노조와 무난히 잘 지내는데 치중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런 인물이 이사회 이사가 된다면 강력한 견제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끼리끼리 연줄로 이어진 생계형 인사를 추천해 놓고 KBS 이사들이 역할 못한다고 또 손가락질 하는 코미디같은 장면은 이번에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방송장악을 위한 여당의 일방적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시기는 앞으로 3년 후에나 가능할 것(김성태 정책위부의장)"이라던 한국당이 자멸적 인사로 양치기 소년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국당은 지금까지 언론문제에서 숱한 실패를 맛봤다. 현 정권의 방송장악을 막겠다며 여러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무기력하고 처참한 실패로 끝났고, 탄핵 시발점이 된 태블릿PC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지만 흐지부지 끝났다. 네이버 여론조작을 막고 편파성을 국민에게 고발하겠다고 TF를 만들었지만 드루킹 구속 이후에도 네이버 문제는 달라진 게 없다.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를 지원하겠다며 특위도 구성했지만 피해자들은 속출했고, 지금도 무슨 일을 하는지 감감 무소식이다. 한국당 뼈 속까지 체질화된 무능과 영혼 없는 어설픈 쇼맨십이 한국당을 주도하는 정치인들만의 탓인지 아니면 제 밥그릇 건드릴 때만 발끈하는 당직자들 탓도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국당의 기만적인 행태는 보복 광풍에 몸부림치는 언론인 피해자들과 선동보도에 시달리는 국민으로부터 어떤 공감과 지지도 살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방통위가 27일 KBS와 방문진 이사 후보자를 각각 39명과 24명으로 압축했으니 내일 모래 쯤 윤곽은 드러날 것이다. 늦어도 8월 초엔 결과가 발표된다. 필자가 한국당에 주문하는 건 간단하다. 인사 기본을 지키라는 것이다. 감시·견제를 위한 연속성 원칙, 전문성 담보한 혁신인사 원칙, 낙하산 밀실인사 금지 원칙을 이번 이사 추천에서만큼은 꼭 지키라는 것이다.

과거 실패와 단절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해 한국당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이 숱하게 조언했음에도 결과가 소문대로라면 여당 독주를 막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보수와는 거리가 먼 전직 사장들 추천 밀실인사라면 더 최악이다. 한국당이 보수시민사회 전체와 단절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추세라면 공영방송 선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진영 내 반발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김병준 비대위 행보가 암시하는 것처럼 어쩌면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 결과는 한국당의 보수 털어내기에 마침표를 찍는 것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한국당과 보수진영 미래는 이번 인사가 가를 수 있다는 점이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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