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청와대가 점화한 '협치내각'의 불씨가 국회에선 여전히 타들어가고 있다. 야권은 협치내각 제안을 '청와대의 꼼수'라고 폄하하고 나섰지만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속내는 다를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3일 청와대가 협치내각 카드를 꺼내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은 일제히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협치내각을 두고 한국당은 '한국당 패싱'으로 이어질 거라고 지적했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노회찬 의원 사망으로 경황이 없던 정의당은 전날(30일) 이정미 대표가 "구체적 구상과 내용을 제안받지 못했다"며 '판단 유보' 입장을 밝혔다.
그렇게 꺼져가던 협치내각의 불씨는 '조건'이라는 불쏘시개가 등장하며 다시금 살아났다. 바른미래당은 협치내각의 조건으로 '연정협약서'를 제안했고, 민주평화당은 당 내에서 '백가쟁명'식 논쟁이 오가는 모양새다. 완강한 입장을 보이던 한국당도 협치내각을 고려하는 조건으로 '정책 대전환'을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는 협치내각이 이뤄지더라도 여당과 궤를 같이하는 정당에게 장관직 일부가 돌아가는 '소연정' 형태가 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범진보' 정당과의 협치내각 추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에 협치내각의 주된 주체로 거론되는 민주평화당 내부에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협치내각은 한국당과의 대연정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정동영·최경환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을 전제조건으로 협치내각 가능성에 불을 지피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협치내각에 부정적이지만 여당과의 통합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바른미래당은 협치내각에 거는 기대가 클 거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6·13 지방선거 이후 정책정당, 대안정당으로의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협치내각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 단순히 장관 자리만 내주는 것이 아닌 정책에 대한 실질적 참여를 전제하는 '연정협약서'가 언급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한국당에서도 다소 전향적인 발언이 나왔다.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협치내각의 조건으로) 정책적인 방향이 전환돼야 한다"며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뭔가 잘못 짚은 것 같으니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자(는 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정쟁보다는 정책대결을 벌이겠단 의도로 읽힌다. 다만 원내사령탑인 김성태 원내대표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