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두고 한 '성 정체성' 발언이 도마위에 올랐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줄곧 '정치 언어가 바뀌어야 한다'던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호소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군인권단체라는 시민단체는 군 내부기밀을 폭로하고 대통령은 이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지시사항을 발표하고 있다"며 "군 개혁을 국방부가 하는 것인지 시민단체가 하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임 소장을 겨냥,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는 자"라고 표현하며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시민단체 수장의 군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60만 군인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힐난했다. 이후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도 김 원내대표는 "(임 소장에게) 사과하거나 해당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자 임 소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냈다. 그는 "공당의 대표 입에서 나온 소리인지 시정잡배가 하는 소리인지 믿기지 않는다"며 "개인적으로 사과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1일 tbs라디오 인터뷰에서도 "한국당이 헌법정체성에 혼란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며 반박을 이어갔다.
이처럼 김 원내대표가 논란의 중심에 서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순항하던 비대위 체제에 오점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7일 전국위원회 추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치는 가치와 정책 논쟁 등 정치 언어를 바꾸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비대위가 기존에 지향하던 당 쇄신의 모습과 반대되는 셈.
이와 관련, 김 비대위원장은 1일 비대위 체제와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제나 정책 등 당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자칫 선명도가 흐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원내대표의 소신 발언으로 생각해달라"며 "개별 사안에 대해 제가 이야기하는 게 잘못하면 당 전체의 흐름이나 논쟁을 강화시켜서 이슈를 다른쪽으로 돌려버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슈의 방향을 엉뚱한데로 끌고갈 수 있는 구조는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한편, 사태를 관망하던 전문가들도 이번 논란이 김 원내대표의 실책일 순 있지만 비대위 체제에 영향을 주긴 힘들거란 견해를 내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가 개인의 프라이버시, 정체성을 갖고 이야기한 건 적절하지 못했다"면서도 "이를 비대위 전체의 의견이라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비대위와 연결하는 건 무리라고 본다"고 평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우측)과 김성태 원내대표./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