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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수상하다

2018-08-02 10:51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조우석 언론인

고공비행하던 대통령 지지율에 급제동이 걸렸다. 80%대를 오르내리며 '지지율 독재'란 말까지 나오던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한두 달 새 뚜렷한 급락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들쭉날쭉하는 여론조사기관별 수치부터 뭔가가 수상쩍다. 60%대 최저치에 접근했다는 게 여러 조사기관의 중간결론인데, 일부에선 50% 이하로 떨어졌다는 보도도 있다.

지금이 중요하다. 60%대이건 50%선 붕괴이건 취임 2년차 정부로선 여전히 높은 지지율이다. 문재인 정부로선 민심의 현주소를 잘 읽고 오만과 독선을 제어할 것인가, 아닌가를 점검할 때가 지금이다. 여기에서 삐끗할 경우 자칫 국정 추진동력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걸 염두에 두고 지난 1일 리서치뷰가 발표한 문 대통령의 7월 말 지지율은 전주 대비 8%포인트 급락한 61%였다는 게 우선 흥미롭다. 그에 앞선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6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61.1%를 기록했다. 두 조사기관의 0.1% 포인트 차, 꽤 엄정해 보이는 수치다. 그러나 여론조사기관이 권력 눈치를 본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실제론 60% 벽이 무너졌는데도 무리한 통계보정 작업을 통해 60%대를 지켜주고 있다는 심증이다. 여론조사기관의 정치적 편향이 도마에 오른 지 오래라서 개연성이 없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문 대통령 지지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조사결과가 바로 등장해 긴장감을 안겨줬다.

여론조사기관 '공정'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45.7%에 불과했다. 60%대는 물론 과반까지 붕괴된 놀라운 수치다. 궁금하다. 어떤 조사기관이 민심을 더 잘 반영하는 걸까? 그리고 왜 이런 상이한 결과가 나왔을까? 일반 여론조사기관과 여론조사기관 '공정'의 차이점은 기법상의 차이일 수도 있다.

이른바 중립점(点)을 넣고 묻느냐 빼고 묻느냐에 따라 응답은 춤을 추기 때문이다. 어떤 질문이건 "잘하는 편이다", "못하는 편이다" 2개의 답 사이에 "보통이다"라는 중립점을 넣을 경우 결과가 판이하다. 그게 여론조사의 묘한 함정인데, 희한한 건 대통령 지지도를 물을 때다.

이걸 물을 때 2개 답만을 제시하면, 중립점을 포함해 3개 답 제시할 때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을 유도해낼 수 있다. 15~20%에 달하는 부동층이 "잘한다"로 확 쏠리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데 모종의 껄끄러움 내지 두려움을 갖고 있고, 누가 물을 경우 "잘한다" 쪽에 서고 싶은 심리가 작동한다.

여론조사 기관 '공정'의 조사 결과. 세부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이 그걸 잘 알고 있고, 그동안 '의도된 대세몰이'를 해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6·13 지방선거 때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가 "대통령 지지도 80%가 맞나? 주변엔 지지자가 단 한 사람도 없다. 혼자 지지율 80%라니 어이없다"고 한 건 그런 내막을 몰랐기 때문에 했던 불만이다.

즉 홍준표의 지적은 틀린 건 아니지만, 정교한 지적은 아니다. 어쨌거나 지금이 중요하다. 60%대 유지이건 50%선 붕괴이건 취임 2년차 정부로선 여전히 높은 지지율이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이미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지지율 기록 보유자다. 지난 5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83%를 기록한 게 그렇다. 역대 정부의 취임1년을 비교해 봐도 결론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차피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하며, 그래서 과학이다. 직선제로 전환한 첫 대통령인 노태우의 경우 1년차 4분기부터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해 역대 대통령 중 지지율이 가장 낮았다. 반면 김영삼의 경우 1년차에 매우 높은 지지율을 보였고, 3~4년차에도 안정적이다가 막판 추락했다.

김대중의 경우 집권 2~4년차까진 괜찮으나 집권 말년엔 예외 없이 떨어졌다. 노무현의 경우 초기에는 안정적이었으나 2004년 당 분열 사건으로 지지율이 급전직하했다. 이명박의 경우 초기에 만난 미국산 소고기 사건으로 지지율이 낮았으니 중후반기까지 지지율은 높은 편이었다. 박근혜의 경우 집권 4년 차 중후반에 지지율이 갑자기 낮아졌고 급기야 탄핵으로 이어졌다.

어쨌거나 모든 집권자는 예외 없이 집권 4년차 징크스가 있고, 이 '깔딱고개' 관리가 중요하다. 그에 비해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집권 초기이며, 안정적 관리가 가능한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로선 오만과 독선을 제어할 것인가, 아닌가를 긴급 점검해야 할 때가 지금이다.

여기에서 삐끗할 경우 자칫 국정 추진동력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지지율 하락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대북 관리 하나는 잘한다는 신화가 깨지는 국면이 지금이다. 종전 선언하자면서 핵물질과 미사일을 계속 만지는 북한 소식이 들려올 때 국민 불안감은 커진다.

둘째 적폐청산 피로감이다. 지금 당장 기무사 문제만 해도 왜 하필 지금 이 시기에 내출혈에 열중하느냐는 게 국민의 민심이다. 그리고 셋째는 경제문제다. 기업 심리지수는 17개월 만에 최저점이고, 실물과 심리 지표 모두가 추락하고 있다. 글로벌 호황에도 역주행한다는 징후가 뚜렷하다.

이걸 국민들이 과연 참아줄까? 그러나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취약점은 집권 이후 내내 국가정체성을 부정한다는 점에 대한 점점 커지는 국민 불안감이다. 당장 가을로 예정된 문재인-김정은 평양 회담을 8월로 앞당긴다는 말이 나돌지만, 그렇게 서두르는 건 패착일 수 있다. 국민 사이엔 주사파 정부라는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그게 무얼 뜻할까? 집권 3~4년차에도 안정적이다가 막판 추락했던 김영삼 정부보다 결과가 더 참혹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지금 급락 중인 지지율은 그걸 읽고 올바르게 대처하라는 소리로 해독해야 옳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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