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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협력'이 '구걸'된 문재인 나라…삼성을 뭘로 보는 건가

2018-08-07 13:20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조우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청와대의 행보가 날이 갈수록 이상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했던 '일자리 창출' 부탁을 잊었는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 부회장을 만나는 것에 대해 '투자 구걸'을 하는 것이냐며 딴죽을 걸었다. 김 장관이 이 부회장을 만나는 것이 '구걸'이라면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했던 부탁 역시 '구걸'이 된다. 안 해도 될 말을 굳이 해서 제 발등을 찍은 셈이다.

제대로 된 나라에서는 정부와 기업의 만남을 '협력'이라고 부른다. 정부가 기업을 경제성장의 동반자로 보고, 나라 경제를 위해 상부상조하는 자리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 만남이 우리나라에 와서 '정경유착'으로 폄훼되더니 최근엔 '구걸'로 격하됐다. 대기업이라면 '알레르기성' 반응부터 보이는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동시에 현 정부가 마주한 '경제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과의 협력을 피할 수 없으니, 만나긴 만나면서도 어깃장을 놓는다.

지난 번 삼성전자 인도 공장 준공식에 가면서 그 그룹의 리더인 이 부회장을 "초대한 적 없다"고 한 이상한 말도 그래서 나왔다. '반기업' 성향 지지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센척'이랄까. 그게 아니라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삼성 역시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고, 그 말은 곧 정부가 주인인 것이나 마찬가지니 초대 주최 역시 정부여야 한다는 차원에서 나온 말일 가능성도 있다. 무의식의 발로가 이렇게 무섭다.

사실 '협력'이든 '구걸'이든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했던 일자리 창출 부탁은 뻔뻔함의 끝을 보여준 것이었다. 이 부회장의 구치소 행, 삼성에 가해진 10여 차례 압수수색,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의 '완장질', 갖가지 규제 모두 문재인 정부의 작품이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괴롭힐 땐 언제고 이제와 '일자리 타령'에 '센척'까지 하는 건지. 어처구니가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정부만 아니라면 무시하고 말 텐데 그럴 수도 없다. 조금이라도 밉보였다간 십자포화로 당할 게 분명하기에 맞춰주는 것이 상책이다. 그걸 지켜보는 상식 있는 국민들의 심정 역시 고통스럽다. '기업은 왜 당하고만 있는 걸까, 왜 나서서 싸우지 않는 걸까' 싶어 답답하다가도 정부의 막무가내 원칙을 마주하고 나면 그들의 '침묵'이 이해가 된다.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가 제일 문제인 거다.

당초 삼성은 100조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의 '구걸' 타령으로 김 장관과의 만남에서 구체적인 투자나 고용 계획은 논의하지 못했다. 계획했던 투자 발표 역시 이번 주나 다음 주로 조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투자 계획이 '정부의 입김'과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신호로 여겨진다. 겉으론 '어깃장'을 놨지만 삼성의 대규모 투자를 바랐던 청와대는 소정의 목표를 이루게 됐다. 

일각에서 "내가 이재용 부회장이라면 진작 대한민국을 떠났다"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정부의 몰상식한 '푸대접'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런 와중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올 해에만 세 차례에 걸쳐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 최고 경영자에게 '러브콜'을 보냈다고 한다. '기업을 돕는 정책이 국가를 위한 것'이라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는 프랑스가 삼성전자를 탐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삼성이 대한민국을 떠난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건 몰라도 삼성이 빠진 대한민국은 그다지 폼이 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그나마 삼성의 반도체가 버텨줘 이만큼이나마 유지하고 있는 거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삼성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다. 다만 다행인 것은 권력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훗날 받아야 할 그들의 죗값이 걱정되지만 동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인과응보라는 말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것이니. 알아서 감내하시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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