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최초 인가 때는 은행법에 따라 라이선스를 받았으니 특례법이 적용되면 새로 인가를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한 상식이라고 본다. 법률 자문 등을 통해 따져보고 토론해봐야 할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은 10일 오전 미디어펜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담은 입법안(이하 특례법) 통과 때 기존에 은행법에 따라 인가를 받아 출범했던 카카오뱅크, 케이뱅크가 특례법에 따라 새롭게 인가를 받고 영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회에 계류 중인 특례법에 관련 조항이 없는 것과 관련해 "아직 심의가 진행되지 않아 논의되지 않았지만 은행법에 의해 허가가 났던 부분이니 재인가 과정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그것이 어렵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다시 거치는 방식이라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인가 심사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제기됐던 케이뱅크를 정조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정치권은 케이뱅크의 인터넷은행 인가 과정을 놓고 다양한 주장을 펼쳐왔다. KT와 박근혜 정부 간 빚어진 특혜 의혹, 금융위원회의 부실 심사 의혹 등을 제기해온 것이다.
민병두 의원은 "특례법 통과 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자본을 확충할 게 뻔하고 이렇게 되면 주주 구성이 바껴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자동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기업들이 콜옵션 등을 동원해 34%의 지분을 모두 가질 지 2대 주주로 남을지 모르겠지만 KT 같은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사례가 있으니 재심사 때 적정성 여부를 면밀히 따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KT의 경우 케이뱅크의 2대 주주지만 특례법 통과 시 최대주주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현행 은산분리 규제상 산업 자본인 KT는 케이뱅크의 지분 10% 정도밖에 가지지 못했고 우리은행이 13%로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해 이인자가 됐다.
KT는 은산분리가 풀리면 지분 확대를 통해 케이뱅크의 사업을 이끌겠다는 의지가 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문제는 KT가 지난 2015년 지하철 광고 입찰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받았다는 점이다. 적합 여부를 받으려면 5년간 법령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해 단기간 내 최대주주에 오르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정치권의 재인가 논리에 관련 사항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인데, 인터넷은행 업계는 난색을 표했다. 재인가 시 기존의 성과 등을 통해 인가에 성공하거나 실패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계류 중인 입법안 중에 2~3년마다 재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봤지만 특례법이 적용된다고 인가를 새로 받으라는 건 말이 안된다"면서 "현재로선 금융위원회의 해석을 기다릴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다시 해야 하는 부분이 맞지만 인가를 다시 해야 되는 문제는 논의된 적 없었다"면서 "의원 입법안 기준으로 경과 규정에는 ‘법에서 표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법에 따라 인가를 받은 은행으로 본다’고 적혀 있어 별도의 인가과정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입법자들의 의지가 있으니 관련 문제를 검토해봐야겠다"면서도 "이미 예비 인가를 거쳤는데 다시 인가를 받는다는 게 큰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은산분리 완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의 핵심에는 여·야 의원 간 입장 차이가 첨예했기 때문인데, 올해부터는 판세가 달라졌다.
금융기관이 사기업의 '사금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던 일부 의원들은 최근 규제 완화로 입장을 달리했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규제 완화를 촉구해 국회는 특례법 통과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인터넷은행의 숨통이 트인 것이다.
민병두 위원장은 “그동안 정보통신기술(ICT)기 업들이 인터넷은행에 기술을 투자했지만 배당(성과)은 최대주주가 가장 많이 받아 간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ICT 기업에 사업의 자기 주도성을 주는 방식으로 신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여야가 합의에 성공한 상태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권과 정치권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입법안은 지분 한도를 34%까지 늘리는 법안으로 대주주의 신용공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자는 게 공통 의견이다.
민병두 의원장은 "대기업들이 은행의 자금을 쌈짓돈 쓰듯 못하게 금산분리를 적용했던 만큼 대주주의 공여는 아예 금지하자는 게 원칙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