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59·사법연수원13기) 특별검사팀이 수사 성패의 기로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7일 오전10시30분 김경수 경남도지사(51)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드루킹 일당과의 공모와 관련해 허익범 특검팀이 제기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와 그 구속 필요성에 대한 심리에 들어갔다.
김경수 지사측과 특검은 사실관계와 법리적용 모든 부분에서 다투고 있어 치열한 법정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르면 이날 밤이나 늦어도 이튿날 새벽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김 지사가 구속될 경우 특검 수사기간 연장론에 힘이 실리고 청와대 연루 의혹 및 대선 조작에 이르기까지 수사 보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영장청구가 기각되면 특검이 수사종료 기한(25일)을 앞두고 빈손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지사 구속을 판가름할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댓글조작 매크로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을 김 지사가 봤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저녁 경기 파주 느릅나무출판사 2층 강의장에서 열린 시연회에 참석해 킹크랩 프로토타입(초기 버전)의 구동을 지켜본 후 고개를 끄덕여 이에 대한 사용을 승인했다는 입장이다.
드루킹은 이와 관련해 "당시 빔프로젝터로 파일을 출판사 강의장 벽에 띄운 뒤 김 지사에게 경인선과 킹크랩에 대해 브리핑했다"고 진술했고, 특검은 이를 뒷받침하는 물증으로 드루킹 일당이 시연회 당일 작성한 '20161109 온라인정보보고'라는 MS워드 파일을 제시했다.
김 지사는 이에 대해 "드루킹과 독대한 적 없고 늘 여러 사람이 있었다"며 부인하고 나선 가운데 파일 앞부분의 소개를 본 기억이 있지만 킹크랩 부분은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를 반박하는 드루킹 일당의 관련 진술들을 확보한 상태다.
법조계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킹크랩 시연회에 대한 드루킹측 진술과 로그인 기록 물증을 재판부가 인정하는지 여부가 관건이지만, 혐의가 소명됐고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를 볼 때 구속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과 아직 법적 다툼의 소지가 크고 현직 도지사로서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지적이 교차하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이에 대해 "특검은 발부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미 압수수색이 끝나 더 이상의 증거를 확보할 게 없는 이상 증거인멸 가능성이 낮고 현직 도지사로 드루킹 일당과 다르게 도주의 우려 또한 현저히 낮다"고 보았다.
그는 "김 지사가 받고 있는 혐의인 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죄로 실형을 선고 받은 사람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병을 구속할 여지가 더욱 없다"며 "앞서 드루킹 일당은 경찰의 압수수색 협장에서 증거 인멸을 시도해 긴급체포됐고 이로 인해 구속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법관 출신의 법조계 인사는 "드루킹 일당과 김 지사측 진술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면 결국 물증에 주목해야 하는데, 김 지사 구속을 판단하려면 재판부가 특검이 제시한 관련 물증을 받아들이고 중대 범죄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김 지사측이 현재 진행중인 영장심사에서 반박하기 어려운 물증을 특검이 제시한다면 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재판부는 이날 영장심사에서 특검과 김 지사측 주장을 모두 종합해 심리한 후 김 지사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수사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김경수 지사 영장실질심사에서 재판부가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7일 오전10시30분 김경수 경남도지사(51)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었다./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