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대의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객실 내부./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가격 떨어지는 호텔들을 조심하라?
일반적으로 고객 입장에서는 호텔 가격이 떨어지면 좋은 일이죠. 그런데 가격 떨어지는 호텔들을 조심하라고 하니 조금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떨어졌다면 왜 떨어졌는지, 공실이 많아서인지, 평가가 좋지 않아서인지 등 여러 고민을 해보면 호텔 가격이 떨어지는 게 그리 반갑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호텔 가격은 공표요금(rack rate)이라고 호텔에서 정한 공식 요금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일 평균 요금(average daily rate) 등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가격과 관련한 호텔 전문 용어들이 있습니다.
이런 전문 용어 이외에도 호텔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호텔에 대한 평가에 따라, 그 나라의 물가 수준에 따라, 관광문화 수준에 따라, 어디서 예약하느냐에 따라, 성수기냐 비성수기냐에 따라, 언제 예약하느냐에 따라 등 달리 책정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호텔 경영자라면 호텔 가격을 어찌 결정할까 고민해보면 머리가 아플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정해진 객실 수를 두고 최대의 매출과 이익을 올리려는 호텔 경영자 측과 최대한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예약하고 싶은 고객들의 팽팽한 긴장이 흐르는 곳이 호텔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저렴하게 예약하더라도 가격이 급작스레 떨어지는 호텔들은 예약을 할 때 신중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지난 4월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오픈한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강남'은 초기 세금 포함해 20만원 가까이 책정했습니다. 메리어트 호텔 계열과 강남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주변 호텔과 동급 브랜드 대비 높게 책정했었죠.
하지만 지금 이 호텔은 평균 15만원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몇 개월 사이 고객들의 평가가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이 호텔은 주차비도 유료로 받고 있고 주차장도 기계식 주차이다 보니 고객들이 불편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호텔을 방문했을 때 기계식 주차장에서 고장이 발생해 오랜 시간 차를 빼지 못했던 불쾌한 경험이 있습니다.
서울 홍대에 오픈한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호텔도 오픈 초기 세금 포함해 30만원 가까이 책정했지만 최근에는 10만원대에도 예약이 가능할 때도 많습니다. 라이즈 호텔은 서울 플라자호텔과 같은 오토그래프 컬렉션 브랜드를 달았지만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했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클럽라운지도 없고, 사우나, 수영장도 없는 등 고객 편의시설이 너무 부족한데도 비싸게 책정했다는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호텔은 몇 개월을 견디지 못하고 플라자호텔과 유사한 가격으로 떨어진 상황입니다. 특급호텔 중에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콘래드호텔이 아주 빠른 시간에 가격 정책이 무너진 대표적 케이스이죠. 콘래드라는 브랜드는 힐튼 계열에서 아주 상위에 속하며, 이 호텔 브랜드가 서울에 오픈한다고 했을 때 많은 주목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얼마 되지 않아 가격 정책이 무너졌습니다.
우리나라 호텔들은 매년 ADR(일일평균요금)이 내려갔다고 합니다. 해당 호텔들만 가격이 내려간 것은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급작스레 내려간 측면이 커 보입니다.
그렇다고 고객들이 오지 않고 객실이 텅텅 비어있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을 내리지 않는 호텔들도 그리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서울 회현동에 오픈한 신세계조선호텔의 레스케이프호텔이 대표적이죠. 이 호텔의 김범수 총지배인은 "식음 매장은 상당히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가져가는 대신 객실만큼은 제값을 받고 싶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호텔은 아직도 최저가가 30만원 이상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서울 지역 호텔 중 30만원 이상에 판매되는 호텔들은 신라호텔, 포시즌스호텔, 시그니엘호텔 등 많지 않습니다. 신라호텔도 20만 원 대에 투숙하고 싶으면 충분히 그 가격대를 찾을 수 있습니다. 특급호텔도 아닌 부띠크호텔이 이 가격을 받고 있다는 점이 좀 놀라울 따름입니다. 또 가격이 비싸다고 특급호텔들보다 서비스가 좋은 것도 아닐 것 입니다. 이 호텔 역시 사우나와 수영장 등의 시설은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김 총지배인은 "우리나라 호텔들의 가격이 매우 저렴하게 책정돼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특급호텔들이 타 대도시들 대비 저렴한 것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싸게 책정할 수준도 아니라고 보여 집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호텔 가격은 서비스의 수준, 수요와 공급, 도시의 관광 인프라, 관광객들 방문 비중 등 아주 복합적인 요인으로 정해진다고 봅니다.
이런 기준으로 봤을 때 서울에 있는 호텔들은 가격 대비 수준 높은 서비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호텔들 간의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거기다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도시도 아니라고 보여 집니다.
아직 서울에 만다린 오리엔탈, 세인트레지스, 월도프 아스토리아, 리츠칼튼 등 럭셔리 호텔 브랜드들이 상륙하지 않은 배경 역시 이런 성숙하지 않은 호텔 및 관광문화 탓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성숙하지 않은 시장에 가격만 높게 받는다고 성숙한 시장이 되는 것일까요.
이웃도시 일본만 가보더라도 매년 호텔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에서 호텔 사업을 했다면 재벌이 됐을 것 같습니다. 일본의 호텔들은 가격에 상당하는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광객들도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미국인이 아시아를 처음 방문할 때 도쿄를 우선적으로 갈까요 서울을 갈까요. 거기다 일본 호텔들은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그에 합당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의 서비스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세계 호텔들 중 동남아 지역이 가장 만족스럽고 다음으로 일본인 것 같습니다.
호텔 가격 책정은 호텔 경영을 하는 이들에게 제일 머리가 아픈 분야로 보여 집니다. 고객들이 오지 않는다고 무조건 가격을 낮출 수도 없고, 또 높게 책정할 수도 없고요. 호텔들이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직접 나서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호텔들은 가격으로 고객들을 끌어 모이기보다,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