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북측 아들 리상철(71)씨와 만나 오열하고 있다./사진=뉴스통신취재단
[금강산 공동취재단=미디어펜 김규태 기자]"저 정순이야요, 기억나세요? 얘는 오빠네 큰 아들이에요."
일흔이 다 된 북측 딸의 눈물어린 말을 들은 안종호(남·100)씨는 눈물만 흘린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아무 말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가족들과 상봉 내내 두손을 꼭 붙잡고 떨어지지 않은채 대화를 나누는 모자.
두손을 꼭 붙잡은 남북 이산가족들이 65년만의 첫 상봉을 시작했다.
우리측 이산가족 상봉단 89명은 20일 오후3시 금강산 호텔에서 북측 가족 185명과 단체상봉했다.
꿈에 그리던 헤어진 가족과 드디어 재회한 이들은 남북 분단 후 만날 수 없었던 60여년 간의 회포를 풀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첫 상봉에서 북에 있는 자녀를 만나는 우리측 이산가족은 7명이고, 형제 자매와 재회하는 이들은 20여명에 달한다.
이번 상봉 행사에서 최고령 참석자인 백성규(남·101)씨는 상봉장으로 마련된 금강산 호텔 2층 연회장에 휠체어를 타고 아들, 손녀와 함께 입장했다.
한복을 입은 북측 며느리와 정장을 입은 손녀는 백씨를 만나 어깨를 부여잡고 오열했다. 백씨는 울기보다는 내내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우리측 동반가족과 북측 가족을 서로 소개했다.
하나가 된 가족들은 연신 대화를 이어갔고 백씨의 손녀 백진영씨(27)는 할아버지와 며느리 간의 대화를 사진에 담았다.
북측의 두 딸(72·71)과 만난 한신자(여·99)씨는 딸들을 보자마자 "아이고" 통곡하며 눈물을 흘렸고 두 딸과 볼을 비빈 후 양 옆에 앉히고 손을 꼭 붙잡았다.
한참을 아무 말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린 모녀 3명은 대화 내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북측의 아들과 며느리를 만난 이금섬(여·92)씨는 상봉장에 들어와 아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오자마자 그를 끌어안고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이씨는 "상철아!"라고 이름을 부르며 목과 온몸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고, 북측의 아들 리상철(남·71)씨도 어머니를 부여잡고 감격스러운 상봉을 했다.
리상철씨의 아내 김옥희씨는 이씨에게 이씨 남편의 생전 사진을 보여주었고, 아들 리씨는 "아버지 모습입니다. 어머니"라며 오열했다. 두 모자는 상봉 내내 두손을 꼭 붙잡고 떨어지지 않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북측 딸을 만난 안종호(남·100)씨는 딸을 만나 눈물만 흘린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북측 딸인 안정순(여·70)씨가 "저 정순이야요, 기억나세요? 얘는 오빠네 큰아들이에요"라며 36세 손자 안광모씨를 소개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안종호씨는 표정이나 행동의 변화 없이 딸과 감격의 만남을 가졌다.
또한 북측 딸을 만난 유관식(남·89)씨는 눈물을 애써 억눌러 참는 모습을 보였다.
북측 딸인 유연옥(67)씨는 아버지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옛 사진들을 꺼냈고, 유씨의 아들인 유승원(53)씨는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유씨에게 이를 계속 설명했다. 딸은 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과 다른 형제자매들의 사진을 많이 가지고 와서 보여줬다.
또한 이날 행사에서는 국군포로 한 가족과 전시납북자 다섯 가족의 경우 당사자들 모두 세상을 떠나 북측의 남은 가족들과 눈물의 첫만남을 가졌다.
앞서 대한적십자사는 이번 상봉 행사를 준비하면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50명을 선정해 북측에 생사확인을 의뢰했고, 이중 21명의 생사가 확인되어 6가족의 상봉이 성사됐다.
추가로 전시납북자 두 가족의 생존이 확인됐으나 해당 가족의 운신이 불가능해 이번 상봉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산가족 고령화로 인해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등 특수 이산가족 중에서도 부모-자식 간 상봉이나 친형제자매의 상봉은 점차 줄어드는 실정이다.
이산가족 상봉단은 첫 단체상봉을 마친 후 각자 휴식을 취한 뒤, 이날 오후7시부터 2시간 동안 북측 주최로 환영 만찬을 갖는다.
이들은 금강산 호텔 연회장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