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조가 다시 붉은띠를 두르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금단체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20일부터 25일까지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이 기간 하루 4시간에서 6시간의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노조는 이날 여론의 뭇매를 의식해 파업 하룻만에 유보하고, 21일부터 사측과 임단협 교섭을 재개키로 했다.
노조의 파업 명분은 설득력이 너무나 약하다. 기본급 11만6000원(5.1%인상)에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30%에 대해 성과급을 지급해달라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회사느 기본급 4만3000원, 성과급 250%에 일시금 300만원을 제시했다. 사측으론 전례없는 경영 위기속에서 현대차수준의 임금인상카드를 내놓았다. 최대한의 성의를 표시했다. 노조의 요구는 염치도 없다는 말이 정도로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아차는 현대차와 함께 내우외환의 홍역을 치르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악화하고 있다. 상반기 영업이익(6582억원)은 지나해 같은 기간보다 16% 급감했다. 당기순익은 7638억원으로 무려 33.9%나 추락했다. 매출은 26조6223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신차 니로와 대형차 K9과 K3의 호실적으로 살아나는 기아차로선 노조의 파업놀음 악재를 만나 다시금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차도 매출의 소폭감소와 함께 영업이익은 무려 1조6321억원으로 37.1%나 급감했다. 현대기아차그룹 모두가 매출정체속 영업이익 급감이란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당분간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이 예고돼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최대 25%의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을 추진중이다. 관세폭탄이 터지면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산차 85만대의 대미수출은 사실상 막히게 된다.
중국도 사드보복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내 판매는 여전히 부진하다. 주력시장인 미국판매도 신차모델 미흡과 딜러점 인센티브 축소등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수도 수입차의 범람으로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익 감소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최근 지배구조개편을 추진하다가 미국 투기자본 엘리엇의 견제에 막혀 차질을 빚었다.
기아차노조가 다시금 파업에 돌입했다. 이익급감속 미국발 관세폭탄이 예고된 상황에서 노조의 과도한 내몫찾기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자동차생태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노사 무파업을 통한 위기극복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협력업체들까지 부도를 내고 있다. 1,2차협력업체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거나 문을 닫았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한 납품감소와 최저임금 급등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이대로가면 자동차산업의 생태계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국GM군산공장은 판매부진에 밀려 폐쇄됐다.
산타페를 베끼던 중국은 이미 벤츠와 볼보를 품에 안고 글로벌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차메이커들은 현대차가 세계최초로 개발한 수소차까지 넘보고 있다. 중국차는 현대차 기아차에 비해 30% 싼 가격으로 전세계시자에서 질주중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5년전 10.5%에서 올들어 5%로 반토막났다. 중국근로자들의 인건비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9분의 1에 불과하다. 기아차의 인건비는 현대차보다 높다. 이런 상태로는 지속성장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 전체적으로 위기상황이다. 기아차노조는 회사가 처한 극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과도한 수준의 임금인상 요구는 자제해야 한다. 도요타 노조는 지난 3월 일찌감치 월 1만3000원인상안에 합의했다. 도요타는 국내외 판매호조로 2017뇬 24조원의 순익을 냈다. 이는 전년에 비해 36%나 급증한 것이다. 노사화합과 56년간 무파업전통을 기반으로 사상 최대 호황을 구가중인 것.
도요타 노조는 내몫을 자제하면서 생산성향상과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친환경차량 개발등에 대한 투자재원 확보를 중시하고 있다. 회사가 성장해야 근로자의 일자리도 지켜진다고 보고 있다.
도요타노조의 성숙한 자세는 현대차와 기아차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과 내몫찾기 탐욕과 대조적이다. 한일자동차업체 인건비를 보면 한국이 두배가량 많다. 1조원어치의 자동차를 생산할 때, 인건비를 보면 도요타는 585억원으로 현대차 기아차 등 국내5개사의 1229억원에 비해 절반에 그쳤다. 도요타의 매출액대비 인건비비중은 5.85%인데 반해 기아차 등 국내완성차는 12.3%나 됐다.
기아차노조는 벼랑에 몰린 자동차산업을 중시해 탐욕을 자제해야 한다.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측이 제시한 임금인상안은 기아차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많은 현대차수준이다. 이것마저 걷어차고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노조 스스로 우물에 침을 뱉는 어리석은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
노조는 임금보다 일자리를 지키는데 주력해야 한다. 기아차는 고용을 최대한 보장하되, 노조는 임금양보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사측과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재구축해야 한다. 한국자동차산업의 노사협력지수는 세계최하위 수준이다.
노조는 더 이상 자기파멸적인 파업을 중단하고, 도요타노사처럼 항구적 무파업선언을 해야 한다. 일자리가 최대 복지임을 다시금 명심해야 한다. 한국GM군산공장의 비극을 남의 일인양 강건너 불구경하지 말아야 한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