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금융당국과 여당이 삼성과 SK 등 재벌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주력 기업만 인터넷은행의 1대 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ICT 기업 개념에 대한 구분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음에도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로 '삼성과 SK는 ICT 기업이 아니고 카카오와 네이버는 ICT 기업'이라는 결과를 내놔 업종 구분에 오류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2일 금융당국과 국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단에 ICT 업종이 전체 자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에 대해서만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을 부여하는 안건을 제시했다.
이 안건에 따르면 삼성과 SK그룹 등은 ICT업종의 비중이 30% 이하로 밑돌고 네이버와 카카오, 넥슨, 넷마블 등 ICT 기업만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룹사별로 각 계열사들의 업종을 구분한 뒤 ICT로 분류되는 기업의 자본만 더해 전체 그룹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예컨대 삼성그룹에서 제조업인 삼성전자를 뺀 ICT 업종 계열사의 자본만 합산해 결괏값을 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실질적으론 삼성전자가 제조업종이 아닌 ICT 기업에 가깝다는 게 관련 기관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매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와 휴대폰 등은 통계청 산업분류 상 ICT 업종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현재 관계 기관들은 금융위의 시뮬레이션의 기초자료에 의문이 든다는 견해를 밝혔다.
통계청이나 과기부의 경우 업종별 수출입 동향이나 인력 통계 등을 진행할 때 산업과 품목별로 상황에 맞춰 업종을 구분하고 있다. 이렇게 구분할 시 삼성전자는 ICT 업종에 해당될 수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는 ICT 기업으로 보는 게 더 상식에 가깝다"면서 "산업분류가 사업장(공장) 단위로 적용되기 때문에 산업분류 체계에서는 반도체나 휴대폰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ICT 업종으로 보는 관점이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 또한 "기업마다 사업 분야가 많아 주산업이 어느 쪽이냐에 따라 업종을 구분하는 통계법도 있지만, ICT기업이라고 해서 그 기업의 생산액을 전부 ICT로 잡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는 시뮬레이션 진행 때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공시 내용을 참고로 삼아 삼성전자를 제조업으로 분류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통신 및 방송 장비 제조업'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답변을 피한 상태다. 다만 지난 19일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해달라는 취재 요청에는 "내부적으로 임의 계산해 불명확할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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