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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눈 소주'…울고 웃은 아쉬움 속 작별상봉

2018-08-22 13:47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함성찬(93) 할아버지(오른쪽)가 북측 동생 함동찬(79)씨와 포옹하고 있다./사진=뉴스통신취재단



[금강산 공동취재단=미디어펜 김규태 기자]북측 아들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누는 소주. 이기순(91) 할아버지는 아들과 나란히 앉아 소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부자는 소주만 들이키면서 말없이 테이블에 놓인 음식을 서로 챙겨주었다.

1시간 늘었어도 너무도 짧았던 3일째 마지막날 작별상봉의 시간, 22일 오전10시부터 진행된 작별상봉 행사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 모두 탄식 속 눈물바다를 이뤘다. 3시간의 작별상봉이 끝나면 북녘 가족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가족별로 앉은 테이블 곳곳에서는 서로 손을 어루만지면서 눈시울 붉히는 장면이 나왔다.

전날 오후 단체상봉 당시 어지럼증으로 나오지 못했던 김달인(92) 할아버지는 이날 작별상봉에 나와 북측 가족인 김유덕(85·여동생)씨와 김희봉(53·남·조카)씨와 재회했다.

작별상봉 행사 시작 전부터 오늘은 만날 수 있는지 북측 봉사원과 보장성원에게 수시로 물어보았던 김유덕씨와 김희봉씨는 김달인 할아버지가 들어오자 "오빠 어제 약은 드셨어"라고 물어봤다. 생이별한지 68년만에 만난 김씨 남매는 주름 깊이 패인 손을 꼭 잡고 카메라를 응시했다.

휠체어를 타고 작별상봉 행사장에 들어온 권석(93·여)씨의 북측 손자 리철(61·남)씨는 할머니가 도착하자마자 손을 잡고는 눈시울이 붉어졌다가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권석 할머니도 그런 손자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한동안 손을 어루만졌다.

한편 북측 여동생과 조카손자가 기다리던 테이블에 앉은 김병오(88) 할아버지는 허공을 응시하면서 흐느꼈다. 여동생은 "오빠 울지마. 울면 안 돼"라면서 김씨의 손을 잡았지만 김씨는 계속 울었고, 이에 침착하려고 노력했던 여동생 또한 눈시울이 불거지면서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두 남매는 10분 넘게 아무 말을 잇지 못하고 "하이고"라며 짧은 소리를 내뱉으며 허탈한 표정으로 서로 눈물만 흘렸다. 김씨와 동행한 아들 김종석씨는 취재진을 향해 "아버지가 저렇게가지 우실 줄 몰랐다"며 "지금 저렇게 우시면 이다가 진짜로 헤어질 때 어떠실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양경용(89) 할아버지는 북측 조카 량명석(63), 량명찬(60)씨와 서로 전화번호 및 주소를 주고 받았다. 조카들이 양씨에게 "통일되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양씨는 웃으면서 "그럴 것"이라고 화답했다.

또한 황우석(89) 할아버지는 북측 손녀 고옥화(39)씨가 작별상봉 시작 후 금새 눈물을 보이기 시작하자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침울해진 표정을 지었다. 황씨는 왼쪽에 손녀 고씨, 오른편엔 북측 딸 황영숙(71)씨를 두고 가운데 앉아 손을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

형제상봉했던 함성찬(93)씨와 북측 동생 함동찬(79)씨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동생 함동찬씨는 전날보다 한결 밝은 표정으로 시종일관 미소지으며 "00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궁금해요 잘 있는지"라고 말했고, 이에 함성찬 할아버지는 "걱정 마. 건강이 최고다"라고 당부했다.

이번 상봉 행사에서 남매상봉했던 신재천(92) 할아버지는 북측 여동생 신금순씨에게 자신이 타고 갈 버스 번호를 계속 알려줬다. 신재천 할아버지가 "서로 왕래하고 그러면 우리 집에 데리고 가서 먹이고 살도 찌우고 하고 싶은데, 죽기 전에 우리 집에 와서 밥도 먹고 그래"라고 말하자 신씨는 "개성에서 김포 금방이잖아. 빨리 통일이 돼야 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언니와 여동생을 만난 배순희(82) 할머니는 북측 배순복(87)씨, 배순영(75)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배순희 할머니가 언니 배씨에게 "지금은 100세 시대니까 오래 살고 서로 다시 만나자"고 말하자 배씨 또한 "다시 만나자"고 화답했다.

배순희 할머니가 이날 "어려서 북측 고향산에 올라 도라지를 많이 캤다. 그게 반찬이었다"라고 회상하자 여동생 배순영씨도 "고사리도 많이 캤다. 늘 그런 반찬을 먹었다"라고 답했다.

이날 작별상봉에 이은 공동중식 때 상봉단은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되자 서로 먹기 좋게 먹거리를 잘라주고 나누었다.

서로 대동강맥주를 한가득 따라주고 같이 건배하거나 사과와 빵 등 음식을 포크로 들고 포즈를 취하는 사진을 함께 찍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였다.

한편에서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산가족 상봉단은 이날 공동중식까지 마친 후 오후1시28분경 금강산을 출발해 속초 귀환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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