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공동취재단=미디어펜 김규태 기자]3일째 마지막날 작별상봉의 시간을 뒤로 하고 우리측 이산가족 상봉단은 22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공동중식을 마친 후 버스에 올랐다.
기약 없는 생이별에 지난 사흘간 혈육의 정을 나누었던 남북 가족들은 버스 차창을 사이에 두고 오열과 탄식을 거듭했다.
이날 오전10시부터 3시간 가량 진행된 작별상봉 행사에서 남북 상봉단 모두 탄식 속 눈물바다를 이뤘지만, 오후1시15분경 금강산호텔 앞에서 대기 중이던 버스에 오를 때까지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우리측 상봉단이 하나둘 귀환 버스에 올라타자 북측 가족들은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혈육들의 모습을 눈에 담고자 버스 창문에 줄지어 섰다.
지난 3일간 형수와 조카들을 만났던 고호준(77) 할아버지는 북측 가족들과 버스 창문 사이로 오열하다가 잠시 차문이 열린 사이 밖으로 뛰쳐나와 조카들을 부둥켜안았다.
고씨가 조카들에게 "어이구 자슥아 어떻게 떠나니. 떼어놓고 가려니 발이 안 떨어진다"며 목놓아 울자 북측 조카들은 "삼촌 울면 안 됩니다. 통일되면 건강하게 다시 만납시다"라고 삼촌을 위로했다.
우리측 최동규(84) 할아버지가 버스에 탑승하자 북측 조카 박춘화(58)씨는 기약 없는 생이별에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듯 버스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이렇게 기막힌 게 어딨니"라면서 오열했다.
박춘화씨는 이날 버스 차창을 사이에 두고 "이렇게 헤어져야 하나"라며 "통일되면 이런 거 안 하잖아. 이게 뭐야 이게"라며 울었다.
북측 여동생 박선분(73)씨는 우리측 박기동(82) 할아버지를 향해 "통일이 되면 다시 만나요. 그날까지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목놓아 외쳤다. 이어 박기동 할아버지의 또 다른 북측 동생인 박삼동(68)씨도 "우리 웃으면서 헤어집시다"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극적인 모녀 상봉을 했던 우리측 한신자(99) 할머니 또한 북측의 두 딸 김경영(71)씨, 김경실(72)씨와 차창을 두들기며 동시에 오열하는 가운데 다시 헤어졌다.
북측의 두 딸은 엄마를 태운 버스가 멀어지자 "어머니 건강하시라요"라고 외치며 눈앞에 사라지기 전까지 계속 바라만 보았고, 한신자 할머니는 좌석에서 일어선 채로 창문을 두드리며 "울지 마라"고 다독였지만 자신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우리측 김병오(88) 할아버지는 버스 차창 밖에 있는 북측 여동생 김순옥(81)씨를 향해 하트를 그렸고 여동생 순옥씨 또한 하트로 화답했다.
버스는 예정된 시각(오후1시30분)이 되자 북측의 남겨진 가족들을 뒤로 하고 남쪽으로 향했다.
오후1시28분경 금강산을 출발한 우리측 이산가족 상봉단은 오후3시15분경 동해선 육로를 통해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남북출입사무소(CIQ)로 귀환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북측 아들 리상철(71)씨와 만나 오열하고 있다./사진=뉴스통신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