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우리 수출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은 하반기에도 안정적이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연구기관은 물론 제조사들도 양호한 시장 환경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직원이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일부에서는 내년까지 반도체 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의 시장전망 보고서를 보면 내년 전세계 반도체시장 매출은 올해(4771억달러)보다 5.2%늘어난 50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WSTS는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21.6%)와 올해(15.7%) 같은 성장률에 미치지 못하지만 가격하락 등 침체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품목인 D램 가격의 급락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반도체 산업 전망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나오지만 과거와 달리 D램 공급초과가 쉽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서버 수요 지속과 공급제약으로 D램 공급초과 발생이 어렵다”며 “향후 완만하게 D램 가격이 하락하지만 고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는 시장의 하강국면도 준비하는 모습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반도체 시황이 언제나 좋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저점과 고점을 오갔다”며 “시장의 변화가 빨라지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변수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산 정보기술(IT) 시장이 위축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23일 상대국의 160억달러 규모 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와 플라스틱, 화학, 철도 장비 등을 관세 부과 품목에 포함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현지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이 물량은 대부분 중국에서 소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 첨단 산업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경우, 중국 기업들의 매출이 줄면서 반도체와 부품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은 5세대(5G) 통신 장비 선정에서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중국산 제품을 제외하고 있다. 영국·호주·일본 등도 비슷한 이유를 내세워 미국과 행보를 같이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우방들의 ‘연대’가 다른 중국 IT 산업에도 장벽을 높일 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 깊어지면 중국 IT 기업들이 우선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양국의 대결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 우리 반도체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