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폼페이오 방북 취소…무거워진 문대통령 ‘중재자’ 역할

2018-08-27 14:36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책임론’ 등을 들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한 가운데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9월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북‧중, 남북 정상회담의 출발점이었던 만큼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는 북한과 이를 비호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압박 메시지로 해석된다.

동시에 북한과 경협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는 남한을 향해 미국과 보조를 맞출 것을 주문한 것으로도 풀이돼 당장 이번주로 예정됐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연락사무소 개설은 폼페이오의 방북 때문에 남북정상회담 등 순조로운 일정 속에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으니 그에 맞춰서 좀 다시 한번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이 문제는 우리 정부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북쪽과 같이 상의해야 할 문제인데 북쪽이 이러한 상황 변화를, 정세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공식적인 논의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기다리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남북이 남북연락사무소 개소식과 관련한 협의를 해왔으나 일정 등과 관련해 아직까지 북측의 명확한 답변이 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남북연락사무소 개소와 관련해서는 석유를 비롯한 물자와 장비, 전력공급 등 반출로 제재 위반 논란이 일었지만 정부는 평양 주재 다른 나라 대사관처럼 ‘제재 예외’ 사항이라며 한미 간에도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를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가 만족스럽지 않고,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갈등 때문에 북한 비핵화에 과거보다 비협조적이라는 두가지 이유를 밝혀 우리 정부로서도 추진해온 남북간 여러 사업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시점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월2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현재 청와대는 9월 남북정상회담 만큼은 차질없이 추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김 대변인은 평양 남북정상회담 일정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9월 중에 (정상회담을) 한다는 남북간 고위급회담에서 내린 합의는 지켜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날에도 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무산으로 오히려 문 대통령 역할이 더 커진 것 아닌가 싶다”며 “북미 간 경색된 상황에서 막힌 곳을 뚫어주고, 북미 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문 대통령의 촉진자, 중재자 역할이 더 커진 것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이어 “그런 구도 속에서 일정과 안건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의 안건은 북미 간 협상 중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시사한 바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등은 지난 13일 판문점에서 제4차 남북고위급회담을 열고 9월 안으로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내용의 공동보도문에 합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중국에 대해서는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따뜻한 안부와 존경을 전한다. 곧 다시 보길 고대한다”고 말해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점이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지도 주목된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한 것은 지금까지의 과정이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WP는 논평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방문 이후에도 북한이 태도를 전혀 바꾸지 않았다는 징후들을 과소평가했다”며 “페이오 장관이 싱가포르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탁월한’ 전략이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하고 있다면서 미국민에 ‘솔직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갈등 속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전은 없어 국내외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갖더라도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이 훨씬 복잡해진 셈이다. 미·중 패권경쟁이 비핵화 협상의 변수로 작용하면서 ‘북한 비핵화 방정식’이 더욱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