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후 진술을 통해 "다른 기업들이 지원한 공적 재단 위에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신 회장은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 심리로 2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재판 말미 최후진술 기회를 얻어 이같이 밝혔다.
신 회장은 "최순실 존재는 전혀 몰랐다"며 "대통령 면담까지 누가 참석할지도 몰랐으며 독대 장소가 안가라는 것도 그때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30대 중반 아버지 부름에 따라 한국에 와서 롯데그룹에 입사했던 당시 우리나라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고 인맥도 없고 우리말도 서툴고, 문화도 익숙하지 않았으며 적응 안돼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이 가족 중심의 기업이 아닌 진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켜야한다는 일념으로 아버지를 보좌하고 상장시키고 다양한 체질 개선에 노력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또 "2015년 경영권 분쟁이 시작돼 사회적인 물의와 비난이 있어 사회공헌 활동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서 우리 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K스포츠재단 지원 동기를 밝혔다.
그는 "누가 보더라도 이상하고 부당한 요구를 받으면 거절할 명분이라도 있겠지만 저희가 요청 받은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선수 육성을 위한 지원이었다"며 "요청받은 재단 위에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최순실)이 있었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구속될 문제인지, 대통령과 독대해서 문제가 됐는지, 안가에서 비밀리에 만나서 문제가 됐는지, 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사회 공헌 활동을 해서 문제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신 회장은 "최씨의 존재를 전혀 몰랐고 대통령과 면담할 때까지 누가 참석할지, 독대 장소가 안가라는 사실도 몰랐다"며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은 2016년 3월14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3월6일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에서 어렵게 이겨 다른 일을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고 호소했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재취득은 그룹의 여러 현안 중 하나에 불과하고 그룹 매출의 0.7%에 해당하는, 중요하지 않은 현안이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박 전 대통령이 경영권 분쟁에 대해 질책할 줄 알고 사죄하러 갔는데, 그 때 거의 해결됐던 면세점 문제를 말씀드려야하는 중요하고 시급한 상황도 아니었다. 유례 없는 강도높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될 줄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신 회장은 "과거 저와 저희 그룹이 소홀했던 부분들 돌아보고 판단해 도약하는 그룹으로 만들어 아버님이 이룬 기업 보국이란 뜻을 실현하겠다"며 "그룹이 많이 어렵고 우리나라 경제도 어렵다고 한다. 저에게 국가 경제를 위해, 그룹을 위해 다시 한 번 일할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해 원심과 동일한 징역 14년과 벌금 1000억원,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10월5일 오후 2시30분에 롯데 경영비리와 신 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에 대한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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