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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2년 차 민심 이반 막으려면

2018-09-03 10:17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조우석 언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왕고집은 소싯적부터 대단했다. 중학 1학년 당시 작문시간에 '우리 이승만 대통령'이란 제목으로 글쓰기 하자는 교사 제의에 반발해 반장 신분임에도 백지 동맹을 선동했다. 집단 항의의 표시로 백지 답안지 제출을 이끌며 자기 시험지에는 이렇게 딱 한 줄을 썼다.

"우리 이승만 택통령". 대통령이라니 턱도 없다는 소리다. 학교가 뒤집혔어도 그는 반성문 쓰기를 끝내 거부했다고 자기 책 <여보 나 좀 도와줘>에서 밝혔다. 확실히 그의 사고방식은 현대사 인식은 물론 한미동맹에서 경제관에 이르기까지 주류 지도자와 달랐다. 중요한 건 따로 있는데, '유연한 진보', '통합적 진보주의자' 코스프레를 했던 게 임기 중반 이후란 점이다.

2005년 언론사 부장들과의 오찬에서 그렇게 몸을 낮췄고, 임기 말엔 아옌 '진보적 시장주의'를 제창했다. 지속적인 자기변신이 돋보인다. 문제는 그의 정치적 후배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 변함 없다. 노무현과 달리 1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그는 적폐청산 구호를 반복했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당혹스럽다. 대선 때 잠시잠깐 해보는 장광설(長廣舌)을 집권 2년차인 지금도 반복하다니…. 그건 현실인식에 토대 둔 유연한 자기 변신의 모습이 아니다. 즉 문 대통령이 뜻밖에도 황소고집이란 뜻이고, 향후 사태전개도 영판 걱정이다.

그의 귀와 눈엔 며칠 전 소상공인들의 '상여 시위'가 안 들어오는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항의하기 위해 소상공인 3만 명이 광화문과 청와대 앞에 모여 "우리 눈물과 목소리를 보고 듣게 하자!"며 20초 함성을 발사했다. 요즘 서민들은 그렇게 눈물겹게 산다.

그걸 무시한 문재인 정부는 내년 경제 운용도 본래의 기조대로 갈 것을 선언했다. 소득주도 성장 총력방어에 세금 쏟아 부을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고용 참사, 분배 쇼크로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 모델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자리 예산을 포함한 보건·복지·노동 예산을 무려 162조 원으로 공격적 편성을 한 것이다.

그것도 입이 벌어지지만, 예산안 확정 자리에서 대통령 발언이 더 걱정이다. "과거 경제 패러다임은 저성장의 늪에서 소득 양극화와 함께 불공정 경제를 만들었다. 이제 사람 중심 경제라는 패러다임으로 경제를 되살리는 게 우리 정부의 사명이다." 이 정도면 오기 정치다.

'여론조사 공정(주)'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말 필요한 타이밍에서 정책 조정을 거부한 독선과 고집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고용위기-양극화란 경제 실정(失政)을 앞에 둔 채 이 정부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참고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을 보는 시선도 이미 싸늘해졌다. 5일 평양에 특사단을 보내 악화된 미북 관계와 한미 상황을 조율하겠다는 것이지만, 약발은 미지수다.

그리고 적폐청산 구호에 대한 피로감은 정말 크다. 얼마 전 "문재인 공산주의자" 발언을 한 고영주 변호사에 대한 명예훼손 공판 1심 무죄의 여파도 무시 못한다. 그걸 리얼하게 확인시켜주는 게 대통령 지지율인데,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40% 벽까지 끝내 무너졌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다시 하락해 집권 후 최저치인 34.8%를 기록했다. 그게 여론조사공정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내용인데, 한 달만에 국정 지지도가 무려 10.9%p나 하락했다. 지방선거 직후 지지율 79%를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극적이다. 두 달 새 반토막이다. 50%, 40% 벽이 무너진데 이어 하강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우연일까? 아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선 건 쿠키뉴스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조사결과(긍정 44.4%, 부정 45.2%)에 이어 두 번째다. 그게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이고, 이 정부에 대한 인식이다. 그렇다면 지금 문재인 정부가 선택할 건 단 하나다.

독선-무능 그리고 이념 본색은 접을 때가 됐으며, 지난 번 지적처럼 '노무현 시즌2'는 빠르게 마감할수록 좋다는 점이다. 그게 내리막을 걷는 '정권 안보' 방어에도 좋고, 대한민국 경제에도 유리하다.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남아있을 때 선제적으로 움직여주길 바란다. 반대로 마이웨이를 고집할 경우 민심이반이란 산사태는 생각 이상으로 빠를 수 있다.

요즘 많은 이들이 말한다. 문 대통령은 멀쩡한데, 잘못된 정보를 들려주는 주변의 아첨배가 문제라고….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386운동권의 바지사장이 아니고 명백히 이 정권의 오너다. 때문에 정책 유턴의 결심은 주변 참모 아닌 대통령 자신의 몫이다.

그 점 분명히 해두면서 노무현 이야기로 마무리 짓자. 그는 35세 나이에 부림사건 변호를 맡으며 '정신적 운동권'이 됐고, 리영희의 빨간책인 <전환시대의 논리> 등을 읽으며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래도 노무현은 법학을 공부했다. 법학이 뭔가? 상대주의 철학을 기본으로 한다. 때문에 사회주의에 끌리다가도 "이건 아니다"하며 성큼 돌아섰다.

그건 자신이 밝힌 대목이다. 실은 대학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건 문 대통령이 제대로 했다. 유연한 판단과 함께 "이건 아니다"하며 성큼 돌아서는 전향적 모습을 기대한다. 다행히 지금은 정책 조정기 국면이다. 정권 말기 빼도 박도 못하는 최악의 상황은 아니란 뜻이다. /조우석 언론인

[조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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