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신세계그룹에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임원이 있다. 음식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눈에 띄어 신세계푸드와 이마트 등에서 식음 관련한 일을 맡았다.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데블스도어', '올반' 등도 그의 손을 거쳤다고 한다. 정 부회장의 해외 출장길에 동행하는 일도 많았다.
그런 탓인지 그는 올해 신세계그룹 임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몇십 년 일해도 임원이 못되고 퇴사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는 분명 초고속 승진에다 성공한 인생이다. 어느새 그에게는 '성공한 덕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는 얼마 전 신세계조선호텔에서 새롭게 선보인 독자 브랜드 레스케이프호텔의 총지배인을 맡았다. 그의 총지배인 선임은 그룹 내 뿐 아니라 호텔업계에 큰 이슈를 낳았다. 호텔리어가 오를 수 있는 최고 높은 곳에 그는 서빙 한번 해보지 않고, 고객 캐리어 한번 옮겨보지 않고 이룬 것이다.
미국과 스위스 등의 호텔 명문학교를 나와도 총지배인까지 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총지배인이라는 자리는 호텔리어들이 꿈꾸는 최고의 자리이다. 그런 자리를 그는 경력 하나 없이 오른 것이다.
그는 레스케이프호텔을 구상할 때부터 직접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호텔의 이름과 컨셉, 디자이너와 식음공간 선정 등 모두 그의 결정에 따라 움직였다. 마치 신세계그룹이 그를 위해 호텔 한 개를 헌사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런 느낌은 오픈 기자간담회에서부터 감지됐다. "저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셨을 줄로 안다"가 그의 첫 마디였다. 또 "오늘 기자간담회여서 헤어스타일을 2대8로 했다"라는 말도 했다. 그가 기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 레스케이프호텔인지 자기 자신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는 수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자신을 알리기 바빴다. 총지배인으로서 호텔을 경영하고 직원들을 챙기기도 바쁠텐데 그는 열심히 인터뷰를 했고 SNS에 올렸다. 그는 언론에 보도된 자신의 기사들을 퍼 나르며 '가문의 영광'이라는 해시태그도 남겼다. 인터뷰를 하고 SNS를 하는 것이 모두 호텔을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항상 '자기중심주의'가 있었다.
SNS에는 '좋아요'는 있어도 '싫어요'는 없다. 그의 포스팅에 '좋아요'만 누른다고 모두 그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대기업 임원인지 블로거인지 모를 일이다.
그는 또 최근 롯데호텔에서 의욕적으로 재 오픈한 피에르가니에르서울 레스토랑에 대해서도 "타협을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다. 그가 개인 블로거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신세계그룹의 임원이 아닌가. 신세계그룹의 임원이 경쟁사에 대해 이렇게 말한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레스케이프호텔에는 지난 7월 오픈 이후 크고 작은 잡음들이 일어나고 있다. 호텔 객실 점유율이 30%가 안 된다는 말도 나오며 호텔 내에 여성 자위기구를 유상 판매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호텔은 오픈 이후 약 40%의 객실점유율을 가져가는 게 일반적이다. 좀 더 안정을 찾은 이후 7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하지만 실제 레스케이프호텔에 제 돈 주고 숙박하는 고객은 10%도 안 된다는 말도 나오며 직원들의 내부 불만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자위기구 판매도 만약 신라호텔이나 롯데호텔에서 판매했다면 국민들의 반응이 어떠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국내 대기업 집단인 신세계그룹에서 운영하는 호텔에서 이런 걸 판매하는게 적절한지 묻고 싶다.
이런 레스케이프호텔 경영 위기 속에서도 그는 열심히 SNS를 한다. 호텔을 전공하고 호텔에서 오랜 기간 일한 직원들이 호텔 경력 하나 없이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여전히 '성공한 덕후'라고 생각할까. 그는 호텔을 많이 경험했다고 알리고 있다. 하지만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 그가 진정한 '성공한 덕후'로 인정받고 싶다면 오너 라인이 아닌 실력이 우선해야 할 것이다. 자기 자신을 알리기에 앞서 직원들을 섬세히 챙기고 호텔 경영을 안정화 시켜야 할 것이다. 또 여느 임원들처럼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도 져야한다고 본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