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정부가 11일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과 이에 따른 비용추계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비용추계서에는 내년도 철도·도로 및 산림협력 등에 2986억원이 추가로 들어간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야당은 1개년 추계만으로 국회 비준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에 융자 1007억원을 포함해 총 1774억원을 추가로 편성하고, ‘산림협력’ 837억원, ‘이산가족상봉’ 216억원 ‘사회문화체육교류’ 76억원 등이 더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운영’에도 83억원을 배정했다.
정부는 “초기 북한 경제인프라 건설에서 남북협력기금이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며 “경제인프라 건설은 대규모 재원을 필요로 하기에 차관형식으로 대북 지원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범야권 진영에서는 정부의 비용추계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전체 사업이 아닌 1개년 추계만으로는 사업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이유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강석호 한국당 의원은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남북 철도·도로 현대화를 완료하는 데 최소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비용추계서엔 내년 예산만 담은 게 적절한가”라며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같지만 향후 (판문점선언에 따른 남북경협이) 계속 이행되면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0.4선언과 관련해서도 비용추계가 14조3000억 정도를 추계한 적이 있다”며 “미래세대가 (남북경협의) 부담에 진정성을 가지고 동의할 수 있도록 정확한 수치를 공개해주고, 솔직하게 임해야만 당도 정부의 대북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2018년 씨티그룹이나 미래에셋대우 등 민간기관에서는 남북 철도·도로 현대화에 적게는 52조원에서 많게는 112조원의 비용을 추산했다. 특히 남북이 1차적으로 협력하기로 명시된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에만 57조원이 들어갈 것이라는 게 미래에셋대우 측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2014년 금융위원회가 발간한 ‘한반도 통일과 금융의 역할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철도(773억달러)와 도로(374억달러)가 북한 내 인프라 개발에서 가장 큰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비용추계서 부대의견으로 “북측 지역에 대한 현지조사나 분야별 남북 간 세부합의 등을 통해 재정지원 방안 마련 이전까지는 연도별 비용추계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고 첨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판문점선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공동사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