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최근 금융감독원이 카드사와 정반대의 실적을 발표하며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금감원 측은 단순 실적 해석에 따른 차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을 압박하기 위한 무리한 발표였다고 주장해 논란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감독원이 전날 발표한 올해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의 실적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당기순익은 81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6개 카드사(신한, KB국민, 삼성, 현대, 우리, 롯데)의 상반기 순이익이 일제히 증가했다. 특히 카드사별로 보면 우리카드 순이익이 56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93.2% 늘었다. 이어 삼성카드와 신한카드, KB국민카드도 순이익이 50% 넘게 증가했다.
그러나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카드사의 상반기 순익은 966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1.9% 감소했다.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온 게 된 배경은 당국과 업계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실적을 집계해 카드사의 잠재 손실인 대손비용처리 비용에 대한 해석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선 업계는 시장 공시를 목적으로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를 기준으로 삼는다.
반면, 금감원은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기준으로 실적을 집계한다.
금감원의 기준에 따라서 볼 때 지난해 상반기 중 감독규정 개정으로 동일인이 2개 이상 카드론을 이용한 경우 대손충당금을 30% 추가 적립하게 되면서 일시적으로 카드사들의 대손비용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이에 금감원 발표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카드사들의 순익이 크게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상대적으로 올해 순익이 증가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업계에선 금감원의 입맛에 맞는 기준을 들이대며 실적을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한 금융업권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카드사를 제외한 타업권의 실적은 IFRS를 기준으로 발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카드사만 자체적 기준을 통해 실적을 발표하는 것은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는 금감원 실적발표에 대해 일관성이 없다는 오해를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입맛에 따라 다른 기준을 놓고 평가한다면 사심이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관련업계 전문가 역시 엄격하게 따져보자면 카드업계의 주장이 옳다고 손을 들어줬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엄밀히 따져보면 카드사들의 주장이 맞다”며 “문제는 양쪽에서 팩트를 잘못 파악한 것이 아닌 해석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드사들은 향후 정책에 압박 요인으로 근거로 제시하지 않을까란 불안 심리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금감원 측에서도 이를 배려해 좀 더 세세한 참고 설명을 통해 입장을 반영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