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금융감독원이 '마케팅 비용'을 카드사 순익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하며 업계에 비용 축소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선 마케팅 비용을 조정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금감원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마케팅 비용을 압박하고 나선 금감원이지만 마케팅 비용이 소비자 편익와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없게 한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금감원의 이중적인 태도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17일 금감원이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총 마케팅 비용은 3조245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1.1% 늘었다.
이중 전체의 약 75%를 차지하는 부가서비스비용은 2조4185억원으로 11.6% 늘었다. 일회성을 포함한 기타마케팅비용은 5374억원으로 8.3% 증가했으며 무이자할부비용은 19.2% 증가한 1878억원으로 집계됐다. 광고선전비는 1022억원으로 0.4% 증가에 그쳤다.
이에 금감원은 “제살깎기식 외형 경쟁으로 카드사의 수익성이 약화되고 있으므로 과도한 마케팅 활동의 자제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오히려 금감원이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없게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카드업계는 마케팅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실질적인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일회성이 아닌 카드에 탑재된 부가서비스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감원 측에선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카드에 탑재된 부가서비스 부분은 건드릴 수 없다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카드사들은 약관 의무 유지기간 3년이 지나면 금감원의 약관 변경 승인을 받아 부가서비스를 변경 또는 축소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2016년 의무 유지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바뀐 후 지금까지 금감원은 단 한 차례도 부가서비스 축소를 위한 약관 변경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에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인하 문제 등에 대해 업계에서 반발이 있을 때 마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라고 하지만 마케팅의 80%는 카드의 기본적인 서비스"라며 "이는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도 이를 알고 있어 대외적으론 마케팅 비용을 줄이라고 하고 있지만 실제론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금감원의 이중적인 태도에 업계에선 난감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전문가는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업계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와 카드사 모두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업계 입장에선 과도한 회원 유치나 상품 출시 직후 경쟁적으로 시작되는 마케팅 비용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에서 실제로 요구하는 것은 상품 개발 비용을 줄이라는 것"이라며 "업계에선 여러 경로를 통해 정부에 실질적인 마케팅 비용 절감 방안을 구체적으로 건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