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공동취재단=미디어펜 김규태 기자]지상과 공중, 해상을 아우르는 새로운 완충구역을 설정해 남북 상호간 적대행위를 전면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삼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완충지대 설정과 함께 상호 적대행위를 전면금지해 사실상의 '불가침 합의'에 이르렀고 초보적 단계의 운영적 군비통제(군축)를 개시했다는 문재인 정부의 평가와 달리, 일각에서는 우리 군의 정찰능력을 무력화했고 장사정포 등 북한의 실질적인 군사 위협을 제거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실질적인 정상회담 성과로 기대됐던 '포괄적 군사합의'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을 내고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위험 제거와 적대관계 해소로 나갈 것"이라며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취하고 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해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 소통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정상이 부속합의서로 채택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대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정상간 기자회견 후 "사실상 남북 간 불가침 합의를 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초보적 단계의 운영적 군비 통제를 개시했다는 것이고 남북 최고 군통수권자들이 향후 합의 이행을 점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상에서 합의 실무를 맡은 최종건 청와대 NSC 평화군비통제 비서관은 이날 오후3시10분 브리핑을 갖고 "양 정상의 선언을 실제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양국 군사당국이 책임을 지고 이를 이행시키겠다는 포괄적 군사합의서"라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관계의 제도화가 군사 영역까지 확대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최종건 비서관은 "군사합의서 1조에서 무력 불사용, 불가침 확인 원칙을 확인했고 그간 군사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우발상황을 양측이 선소통하고 그 후 작전조치를 취하는 공동의 규범을 마련했다"며 "선언적 수준에 멈추었던 군사적 긴장완화를 목표, 시간, 지역, 육해공 군사적 특성과 지리적 특성에 맞게 조율해 타결을 봤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분단 후 지상 해상 공중 각 영역에서 첫 완충지대를 설정한 이번 합의에 따르면, 군사분계선(MDL)을 기점으로 남북간 일정 거리를 잡아 해상 80㎞ 지상 10㎞ 공중 40~80㎞의 완충구역으로 합의했다.
최 비서관은 "이행의 구체성을 띄면서 재래식 분쟁의 발화점을 막기 위한 안전핀"이라며 "정부는 북방한계선(NLL)을 유지하고 등면적 원칙하에 협상한다는 두 가지 원칙을 고수하면서 협상에 임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자 또한 이날 "지상에서의 완충지대 설정은 군사력이 집중된 MDL 상의 실질적 군사적 긴장완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번 군사분야 합의를 준수해도 군의 평시 훈련에 지장없고 군사대비태세에도 지장이 없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군사합의가 양 정상의 높은 의지와 실행계획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본격 협의하고 그 이행을 감독할 상시적 소통 창구인 군사공동위원회의 가동 시기를 못박지 않아 실제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합동참모본부를 거쳤던 한 예비역 장성은 "군사공동위는 향후 서로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와 서해 NLL 일대 범위 확정,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등을 논의하겠지만 앞서 군사공동위의 가동 시기를 3개월로 못 박았던 19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도 이행되지 못했다"며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북한이 보유한 사정거리 40㎞ 이상의 장사정포는 1000여문에 달하고 우리 수도권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북측 전략자산은 최소 330여문으로 판단된다"며 "이를 후방으로 돌리지 않는 합의로는 실질적인 재래식 위협을 제거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 또한 이날 논평을 내고 "9월 평양공동선언은 우리 군의 안보태세를 해체하고 무력화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북한의 위협이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군과 동맹국의 정찰능력을 완전히 무력화한다. 향후 우리 군의 정찰비행은 위축되고 대북 영상정보 획득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당국자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의 연내가동 등 특정 시점에 대한 예단은 힘들고 다음 군사회담 일정도 미정"이라며 "남-북-유엔사 등 3자채널을 잘 구성하고 남북기본합의서 대로 진행할지 여부에 대해 곧 북측과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협상이 목적인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달리, 향후 상호 안전보장 등 공동의 군사적 목표를 추구하는 남북군사공동위가 적시에 구성되어 실질적으로 진일보한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공중 적대행위 중단 구역(고정익·회전익·무인기·기구 Buffer Zone 설정)./사진=국방부 대북정책관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해설자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