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철강업계가 미세먼지 규제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비롯한 정책들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유로 업계와의 소통 부족을 꼽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철강포럼 전문가토론회'에 참석한 신건일 환경부 대기환경관리과장은 "철강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업계 의견이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와 다를게 없다고 주장했다. 먼저 환경규제를 만들고 의견수렴을 진행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앞서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세부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바 있다.여기에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오는 2021년까지 14% 감축하는 것에서 2022년까지 30% 감축으로 높이고 미세먼지의 원인물질 중 하나로 알려진 질소산화물(NOx) 배출부과금 신설 등이 포함됐다.
업계는 이에 대비하기 위해 저감설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9570억원 이상이 필요하며, 연간 1330억원이 넘는 운영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1kg당 2130원 수준의 NOx 배출부과금이 신설될 경우 연간 630억원이 넘는 금액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철강포럼 전문가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철강협회
김종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환경규제대응실장은 토론회에서 "정부가 책정한 NOx 배출부과금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비 매우 높은 수준으로, NOx의 발생억제와 제거를 위한 기술적 난제 등을 감안한 규제강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NOx에 대해 kg당 126원의 부과금을 책정했으며, 프랑스와 헝가리 역시 각각 194원·460원에 그쳤다. 노르웨이는 2776원을 부과하지만, 석탄발전소를 비롯한 일부 발전시설에만 적용된다.
국회철강포럼을 이끌고 있는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도 "정부가 정책변경으로 업계에 부담을 일방적으로 떠안기면서 당사자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면서 "과중한 부과금은 원가부담을 비롯한 산업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므로 부과금 도입여부를 다시 한 번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현재 기술로는 NOx 1톤을 줄이려기 위해 저감설비를 운영할 경우 약 18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며 "신기술 적용 및 신규 저감시설 설치를 위한 준비기간을 둬야 한다"고 부연했다.
업계는 탄소배출권 문제에 대한 정부 정책도 지적했다. 환경부는 지난 3년간 업종별로 배출권을 나눠주는 것이 형평성 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올해부터 전 산업부문에 동일한 감축량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철강은 무상할당을 받게 됐지만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토대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억제하고 있어 감축여력이 적으며, 검토중인 투자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발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 수정안'에는 해외 온실가스 감축량 9600만 중 8000만톤을 국내 감축량으로 전환하는 것이 포함되면서 산업계의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대비 감축률은 11.7%에서 20.5%까지 높아져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배출권 가격에 대해서도 환경부와 업계의 입장은 엇갈렸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출권 가격이 유럽연합(EU)과 달리 꾸준히 상승한 것이 제도의 연착륙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는 예비분 공급 등 대책을 내놓을때마다 오히려 가격이 뛰는 것을 근거로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과 물량 부족 등 수급이 맞지 않는 것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환경 규제 등에 있어 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업계의 호소를 듣지 않는 것 같다"며 "정책은 당위적 측면 뿐만 아니라 현실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