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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실장 "사회적 경제,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난립 유발"

2014-06-25 17:56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한국형 사회적경제의 태동

한국형 사회적경제는 소득격차의 심화, 자본주의에 대한 증오, 기대에 못 미치는 복지 등 정부실패, 실업 및 근로소득 격차로 대변되는 시장실패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촉발되었다.

‘윤리적 시장’, ‘따뜻한 자본주의’ 등의 용어를 내세워 시장의 야만-탐욕을 우회적으로 비판함으로써, 사회적경제가 시장경제의 부작용을 치유하고 시장경제를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등장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사회적경제가 대두되었다. 이탈리아 협동조합은 1970년대 오일쇼크 시절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를 보완하면서 커졌다. 영국 사회적기업은 18-19세기 도시근로자의 빈곤문제 해결 위한 민간차원의 운동으로 시작하였다.

   
▲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이 25일 프리덤팩토리 의원입법평가시민위원회 주최로 열린 ‘사회적 경제는 선진경제인가’ 토론회에서 지정토론자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 1997년 경제위기 후 공공근로사업을 시작으로 2003년 사회적 일자리 사업이 추진되었다. 법적 근거로는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및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어 지금까지 법제도로 기능하고 있으며, 자치단체 요구나 지역사회 내 자생적 움직임보다는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꼭 필요하나

시장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취약계층에게 근로기회를 제공하고 자활의지를 심어주는 측면, 그리고 정부와 자치단체가 세밀하게 공급하지 못하는 사회서비스를 대신한다는 점에서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의 역할은 인정한다.

하지만 사회에 이로운 활동을 해서 가치를 인정받는 것과 사회에 필요한 활동이냐는 별개이다. 또한 사회에 필요한 활동이라는 것과 그 활동을 하는 모든 주체(사회적기업,협동조합)가 필요한 존재이냐도 별개의 문제이다.

   
▲ ‘사회적 경제는 선진경제인가’ 토론회 전경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설립과 그 활동은 자유이나, 정부와 자치단체가 그들에게 인건비-지원금, 금융지원, 공공조달, 판로개척 지원 등 혜택을 줘야할 필요성에 대해선 의문이다.

‘공익’이라는 미명이 모든 비판을 덮는 현실 속에서, 사익이 아닌 것에 관대한 한국인 정서, 사익추구를 이기주의와 연결시키는 분위기, 개인재산권 인식 미흡 등이 사회적경제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사회적경제에 과도한 정서적 ‘거품’이 끼인 상황이다.

사회적경제에 정부가 왜 나서나

사회적경제에 정부가 나서는 이유는, 사회적경제가 시장실패 및 국가실패의 대안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짐과 동시에 국민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국가의 의무로 보는 착각이 근원이다. 복지확대 요구와 맞물려 사회적경제 확산을 국가 역할로 보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민간 시장 영역에 정부가 개입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 지원이 지원 받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기 때문에, 다수기업에 대한 단기간 지원은 지속성을 보장하기 힘들다. 타 중소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부 기업들의 경우, 사업 취지보다는 지원을 바라고 시작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시장교란, 자원배분 왜곡, 자원낭비라는 측면에서 소비자와 납세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따라서 정부 지원은 정부 및 자치단체의 위탁사업 수행 시로 한정시키고, 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기부나 펀드기금의 방식으로 사회적경제 사업체의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원칙적으로 세금이 투입되는 국고지원 사업은 기본적으로 경영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사회적경제 사업체의 경영공시를 의무화시킬 필요가 있다.

영국은 프로젝트 보조금이나 프로그램 운영비 등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며, 일본의 경우 중앙정부 지원은 미약하고 자치단체의 중간지원조직이 일부 지원한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인건비 등의 직접적 지원을 함으로써 사회적경제 사업체 설립을 부추기는 경향이 크다.

사회적경제의 모호한 경계

사회적기업들의 사업 목록이다. 가족없는 사망자의 유품정리 및 장례치르기, 독거노인에게 도시락 배달, 가구제작 판매-제작교육, 도시농업-텃밭보급, 커피 판매-교육, 한국형 숙의민주주의 연구보급, 직장맘 자녀 대상으로 한 체험학습, 자전거 점검 및 바퀴 공기주입. 이러한 사업의 영위를 주요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사회적경제 사업체로 등록하고 지원받고 있다.

이런 시각으로 접근하면 과연 사회적경제에 속하지 않는 영역이 있을지 의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사회적경제라는 개념 자체가 상당히 모호하다. 이는 필연적으로 지원받으려는 기업들의 우후죽순 난립을 초래한다.

복지확대와 사회적경제

대한민국에 복지 포퓰리즘이 강타한 시기와 사회적경제 붐이 일어난 시기가 유사하다. 복지 포퓰리즘과 사회적경제 모두 복지요구 확대, 국가에 복지의무 지우기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하지만 무상보육 및 무상급식 등 보편적복지의 확대로 국가-지방 재정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복지 비용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복지서비스의 전달체계와 사회적경제 사업을 연계시키는 방안은 없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령, 극빈층을 제외한 차상위 계층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대신 공동보육센터(시간당 보육비)를 운영하는 기업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사회적경제와 선진경제

한국이 선진경제로 향하는데 사회적경제가 필수적인 요인은 아니다. 오히려 단기적 지원, 다수(양적) 지원이라는 현 제도 하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선진경제로의 걸림돌에 불과하다.

다만 사회적경제가 지금의 대한민국에 필요한 방법론이라면, 이러한 방식의 지원제도를 발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 좀 더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현재보다 정부-자치단체의 인력규모를 줄여 공무원이 맡던 업무를 민간에게 위탁하는 구도가 된다면, 세금의 낭비를 줄이고 정부가 사회적경제 사업체에 국가적 지원및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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