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KDB산업은행이 거듭되는 자체 인사 개혁에도 '유리천장'이 여전히 두터운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산업은행의 전체 직원은 3082명으로 팀장급인 3급부터는 여성 근로자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직군 체계상 임원은 고사하고 1급(부장·부서장·지점장 등)에 해당되는 여성 근로자는 찾아볼 수 없을 뿐더러 중간관리자급에서도 여성과 남성 수의 편차가 벌어졌다.
5급(행원·대리)과 4급(과장·차장)에서는 3명 중 1명꼴로 여성이 포함됐지만, 팀장급인 2~3급부터는 남성 근로자의 숫자가 월등히 많았다. 2~3급의 남성 근로자 수는 800명을 넘어섰지만 여성 숫자는 94명에 그쳤다.
위로 갈수록 여성 근로자 수가 좁혀지는 고용 상황 덕분에 여성 근로자가 대거 몰려있는 직군은 이른바 '2차 정규직' 또는 '중규직'이라 불리는 특정직으로 집계됐다.
상업계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채용되는 이 직군은 주로 영업점에서 텔러나 외환, 개인대출, 백오피스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정년과 복리후생은 보장되지만 임금 체계나 승진 등에 있어서는 비정규직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아 처우에서는 정규직에 비해 불리함이 있다.
산은은 특정직 모집 때 별도로 여성 근로자를 우대하지 않지만, 이 직군에 한해서만 여성 비율이 92%를 차지하고 남성은 8%에 그쳤다.
급수가 낮은 직군에만 여성 인력이 몰려 있는 탓에 임금 격차 또한 2배 가까이 차이가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예상되는 산은의 정규직 연평균 보수는 임원 등을 제외하고 9659만원이다. 이 중 남성은 평균치보다 높은 1억1586만원을 수령하는 반면 여성의 보수액은 6268만원에 그쳤다.
산은은 매년 1월과 7월에 정기 인사를 단행하는데 이때마다 핵심 부서와 중간관리자급 이상의 인력 명단에는 여성을 찾기 힘들다.
유리천장 지적이 잇따르자 산은은 2016년 상반기 인사 때 첫 고졸 여성 지점장을 배출하는 등 최근 '남녀 차별 없는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나섰지만 당분간 고용 상황의 격차를 해소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간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를 이끌어 온 탓에 여성 임원이 1~2명 는다고 고용 상황이 평등해지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