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비공개 예산정보를 열람·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27일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을 일부 공개했다.
심 의원은 이날 관련 자료를 배포하고, 청와대가 심야·주말 등 부적절한 시간대에 약 2억4594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 내 재정분석시스템을 통해 확보한 자료(2017년 5월~2018년 8월)에 기반한 주장이다.
심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는 23시 이후 심야시간대에 총 231건(약 4132만원)을 사용했고, 법정공휴일 및 토·일요일에 사용된 지출건수도 1611건(약 2억461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는 심야시간대와 휴일에는 업무추진비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특히 업무추진비 중 일부가 업무와 연관성이 없는 주막·이자카야·와인바·포차 등 술집에서도 총 236건(약 3132만원)이 쓰였다고 심 의원은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비어·호프·맥주·펍 등이 상호명이 포함된 곳에서 118건(약 1300만원), 주막·막걸리 43건(약 691만원), 이자카야 38건(557만원), 와인바 9건(약 186만원), 포차 13건(약 257만원), 바 14건(139만원) 등이다.
심 의원은 또 업무추진비 가운데 업종이 누락된 사례도 총 3033건(약 4억1469억원)에 달하고, 지출 내역에는 가맹점 상호명과 청구금액 등은 있지만 ‘업종’이 누락 된 사례가 있다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업종이 누락된 인터넷 결제 13건(약 500만원), 미용업종 3건(약 18만원), 공휴일 사용 백화점업 133건(약 1500만원), 평일 사용 백화점업 625건(약 7200만원), 오락관련업 10건 (약 240만원) 등 용처가 불분명한 사례도 발견됐다고 심 의원은 전했다.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는 24시간 365일 근무하는 조직”이라며 “가급적 업무시간 내에, 심야가 아닌 저녁 시간까지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내부 규정상 어긋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예산정보 열람·유출 사건과 관련, 지난 17일 심 의원실 보좌진들을 검찰에 고발한 기획재정부는 김용진 2차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직접 브리핑을 열고 심 의원도 고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차관은 “심 의원실 보좌진들이 정상적인 방식에 따라 접속한 것은 맞지만, 문제는 로그인 이후 비인가 영역에 비정상적 방식을 사용해 접근하고 비인가 자료를 불법적으로 열람·취득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쟁점으로 △비정상적 접근방식의 습득 경위 △비인가 정보 습득의 불법성 사전 인지 여부 △불법적 행위의 계획성·반복성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