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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 잔인한 드라마다…김민정·이정은·신정근을 이리 죽여야 했소

2018-09-30 10:18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미디어펜=석명 기자] '미스터 션샤인'은 잔인한 드라마다. 23회만 놓고 보면 그렇다.

29일 방송된 tvN 금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안타까운 죽음이 잇따라 나왔다. 김민정이 제대로 피어보지도, 진정한 사랑도 해보지 못하고 엄마 곁으로 떠났다. 이정은과 신정근은 딸같은 애기씨를 남겨둔 채, 서로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총을 맞고 차가운 땅에 누웠다.

'미스터 션샤인'은 오늘(30일) 밤 최종 24회가 방영된다. 역사적 격동의 시기에 불꽃처럼 살았던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제 결만만 남겨두고 있다.

결말에 앞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들이 잇따라 죽음을 맞이했다.

쿠도 히나(김민정)는 한국 이름을 되찾았으나 이양화로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숨을 거뒀다. 일본군의 만행을 보다 못한 쿠도 히나는 이양화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일본군이 집단 투숙해 있는 자신의 글로리 호텔을 폭파했다. 폭파 당시 화염과 파편을 미처 피하지 못한 이양화는 중태에 빠졌고, 조선으로 돌아온 구동매(유연석)의 간호에도 끝내 눈을 감았다. 

유연석의 등에 업혀 맞이한 김민정의 죽음 신은 시청자들을 울렸다.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방송 캡처



함안댁(이정은)과 행랑아범(신정근)도 생을 마감했다. 의병에 합류해 있던 두 사람은 일본군에 의해 거점이 발각되자 다른 사람들이 안전하게 도피할 시간을 벌기 위해 죽게 될 것을 알면서 스스로 미끼가 됐다. 가마꾼들과 애기씨를 모시고 가는 척 일본군을 유인했고, 일본군의 총탄에 쓰러졌다.

서로 손 한 번 잡아보자고 손을 내미는 순간, 총소리와 함께 쓰러진 이정은과 신정근의 죽음은 시청자들을 또 울렸다.

그런 시절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그렇지만 '미스터 션샤인에서, 왜 하필이면 쿠도 히나(이양화)와 함안댁-행랑아범이 먼저 죽음을 맞이해야 했을까.

쿠도 히나는 한많은 여인이었다. 아버지는 악독한 친일 행각을 일삼다 비명횡사했고, 그런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어머니는 객사했다. 아버지에 의해 일본인 부호의 첩살이를 했던 쿠도 히나는 남편이 죽고(남편을 죽이고) 미망인이 돼 유산으로 조선에서 호텔을 지었다. 일본인 미망인이 돼 돌아온 그를 곱게 봐줄 사람이 있었을까.

사랑도 제대로 못해봤다. 구동매를 좋아했지만 구동매는 애기씨 고애신(김태리)에게 마음이 가 있었고, 잠시 호감을 느꼈던 유진 초이(이병헌)마저 눈이 향하는 곳은 고애신이었다.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에야 구동매에게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고백하고, 구동매의 사랑을 얻어냈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함안댁과 행랑아범은 평생을 하인으로 살면서 양반인 주인댁과 애기씨에게 충성을 다했다. 갓난아기 때 부모를 비명에 보낸 애기씨에게 두 사람은 어머니 아버지나 마찬가지였다. 부모가 자식을 챙기듯 애기씨에게 무한사랑을 쏟고, 애기씨가 험한 일을 하느라 힘들고 위기에 처했을 때는 오른팔 왼팔이 돼 해결사 노릇도 마다하지 않았다.

평생을 그렇게 함께한 함안댁과 행랑아범이 서로 정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속마음 한 번 내비치지 못했고, 손 한 번 잡지 못했다.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에야 두 사람은 손이라도 한 번 잡고 가자 했건만, 끝내 손을 잡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쿠도 히나(이양화), 함안댁, 행랑아범의 죽음에는 허울좋은 '명분' 하나도 갖다붙이기 힘들다. 그냥 자신에게 떨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열심히 살았을 뿐이다. 이 땅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래 왔고, 그러고 있는 것처럼.

앞서 최무성을 먼저 떠나보냈고, 김민정 이정은 신정근도 눈물 속에 떠났다. 한 회 남은 '미스터 션샤인', 이 잔인한(?) 드라마는 얼마나 더 많은 인물들을 떠나보낼까.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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