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열리는 10·4선언 1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주차장에서 정부 수송기 탑승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으로 향하기 전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평양공동취재단·미디어펜=김소정 기자]10.4선언 11주년 기념행사가 처음으로 남북 공동행사로 5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우리측 방북단 160명이 2박3일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4일 오전 평양으로 출발했다.
정부·국회·지방자치단체 대표 등 당국 방북단 30명과 민간 방북단 90여 명, 취재진·지원인원 30여명은 이날 오전 8시 25분부터 45분 사이 3대의 정부 수송기에 나눠 타고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해 서해 직항로로 방북했다.
‘민족통일대회’로 정해진 10.4선언 기념행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19일 평양정상회담을 갖고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 따른 것이다. 남북이 10.4 선언 공동 기념행사를 갖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7년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민관 공동 개최로 진행되는 이번 기념행사에 정부대표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 정재숙 문화재청장, 원혜영·송영길·우원식·유성엽·추혜선 의원, 부산시장, 광주·대전 부시장, 경기·충북·경남 부지사 등이 참가한다.
민간에서는 노무현재단,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7대 종단,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한국·민주노총, 범시민사회단체연합, 6.15남북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인사들과 일반 시민·대학생 등으로 꾸려졌다.
방북단은 이날 오전 10시쯤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해 고려호텔에 짐을 푼 뒤 오찬을 갖고 과학기술전당을 참관한다. 이후 평양대극장에서 환영공연을 관람하고, 인민문화궁전에서 북측 주최로 열리는 환영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본 행사인 민족통일대회는 5일 오전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다.
우리측 정부대표로 조명균 장관이 평양에 가는 만큼 방북기간 중 고위급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평양 출발에 앞서 성남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간 화해협력과 평화를 더 확고하게 다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놓고 오겠다”며 “예상되는 당국간 협의에서 평양공동선언을 속도감 있게 이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다만 당국간 협의를 고위급회담으로 공식 개최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며 “고위급회담은 남북간 공동선언 이행을 총괄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여러 가지 회담 일정이라든가 후속 사업들의 기본 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방북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항에서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했던 사항들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서로 간에 논의하는 그런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 남북 국회회담과 관련해서도 “북한이 국회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기 때문에 이번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서 가능한 올해 안에 양측 국회가 교류할 수 있도록 말씀드리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노무현재단 소속으로 방북단에 합류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는 “11년 전에 (공동선언의) 주역이셨던 두 분이 모두 세상에 안 계시지만 그 뜻은 계속 기려야 하겠기에 사실은 좀 아쉽고 무거운 마음을 안고 행사를 치르러 가게 됐다”며 “앞으로의 남북관계가 평화와 번영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계속 잘 진행돼 나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건호씨는 또 “한반도 상황은 역사적인 전환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아주, 정말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며 “(아버지께서) 문재인 대통령의 헌신적인 노력에 아주 고마워하실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방북단들은 5일 오전 10.4남북공동선언 11주년 기념행사인 민족통일대회 참가한 뒤 옥류관에서 오찬을 갖고 만수대창작사·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방문해 대집단체조·예술공연을 관람한다. 방북단은 마지막 날인 6일 중앙식물원을 참관한 뒤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