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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北핵신고 보류' 제안, 한미 해법 문제없나

2018-10-05 15:19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7일 방북을 앞두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북한의 핵 목록 신고와 검증을 보류하자'는 제안을 내놓았지만, 미 국무부가 "미국의 목표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고 나서 한미간 비핵화 해법 이견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강경화 장관은 북한으로부터 핵무기 신고 목록을 받아도 과거 그랬던 것처럼 검증 과정에서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밝혔지만, 해법에 대한 미국과의 사전 협의가 없으면 한미갈등을 유발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고 '신고→사찰→검증→폐기'로 이어지는 비핵화 과정의 출발점을 뒤로 미루어 로드맵 자체를 설정할 수 없게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 장관이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핵 신고 요구를 일단 미루는 중재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국무부 관계자는 4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는 것"이라며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그리고 중요하게는 최종적인 비핵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강 장관은 3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북미 양측이 충분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행동과 상응조치를 주고 받았을 때 핵 신고에 더 신속하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종전선언과 영변 핵시설 폐기부터 먼저 맞교환하자는 중재안을 미국 측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이 핵 신고 및 완전한 검증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및 해외 전문가들은 '핵 신고 없이 보상부터 한 전례가 없고 많은 난제가 남아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의도를 확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번 방북에서 북한 비핵화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다. 핵심은 북미간 어느 정도의 진전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며 "공식적으로 강 장관이 이러한 발언을 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여전히 북미간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원곤 교수는 "북미간 합의가 됐다면 강경화 장관이 이러한 중재안을 낼 이유는 없다고 생각된다"며 "미국이 여지껏 비핵화 협상을 하면서 비핵화 핵심인 신고-검증 없이 보상부터 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에 대해 부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미국도 이전과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고 신고·사찰·검증을 북측이 수용한다면 종전선언은 가능하다고 생각되지만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쉽지 않은 협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비핵화 상응조치에 대한 등가성 논의가 부재했다는 것이 우리측 중재외교가 지닌 딜레마"라면서 "북미 양측에 증폭시킨 기대심리가 없었나 짚어보고 비핵화 초기조치와 상응조치에 대한 양측 의견을 청취하고 중재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정협 세종연구소 외교안보실장은 "모든 이해당사국들이 같은 이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이 취한 조치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정확히 규명되어야 하고 비핵화 합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많은 난제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진지하다는 증거로 여겨질 수 있는 구체적인 비핵화 초기 조치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스승'으로 불리우는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 회장은 "북한의 현 비핵화 조치는 상응조치를 검토할만큼 충족되지 않았다. 북미관계 개선을 도모하기에는 이른 단계"라고 언급했다.

북한이 종전선언에 얹어 제재 완화를 추가 협상카드로 내걸은 것에 대해 미 국무부는 4일(현지시간)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는다면 제재는 완전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7일 방북을 앞두고 북한의 대미 협상 실무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4일부터 중국, 러시아를 방문하고 연쇄 회동을 갖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 전후로 도쿄, 서울·베이징을 연달아 방문해 한중일 각국 지도자 및 외교수장들을 만나 방북 결과를 공유하고 이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강 장관의 중재안을 받아 북한과의 협상에 임할지,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놓고 북한과 어떤 조건을 주고 받을지 주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7일 방북을 앞두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목록 신고와 검증을 보류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자료사진=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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