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국정감사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넓혀진 여야의 전선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칫 정부 정책을 검증해야 할 국감이 ‘정쟁의 장(場)’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당장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경우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인가 예산자료 유출’ 논란이 국감 최대 ‘화약고’로 떠올랐다. 심 의원이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재정정보원 재정분석시스템(OLAP)을 통해 입수한 자료로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업무추진비 내역 등을 폭로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는 양상이다.
특히 한국당은 지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심 의원의 지적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의원님도) 업추비를 쓰셨다. 해외출장 중에 국내에서 쓴 유류비도 의정활동 하면서 쓴 것으로 믿는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의원 사찰’이라고 주장하는 상황. 김성태 원내대표는 8일 “문재인 정권 기재부가 국회와 야당에 대해 조직적 사찰행위를 벌여온 데 대해 진상이 철저하게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신창현 민주당 의원의 수도권 신규택지 개발 정보를 미리 입수해 공개한 것을 두고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국토위는 지난달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신 의원에 대한 현안질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파행을 맞기도 했다.
당시 한국당 국토위원들은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신 의원의 자료 불법 유출로 과천에서 토지 거래량이 5배 폭증하는 등 투기 현상까지 벌어졌다”며 “(자료 유출에 대한) 신 의원의 해명이 오락가락하는 데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 국토위원들도 입장문을 내고 “한국당이 간사 합의를 깡그리 무시하고 정략적 의사진행발언으로 상임위를 파행으로 몰았다”며 “한국당의 행태는 현안이 산적한 국토위를 마비시키고 민생을 외면하며 당리당략에 매달리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임명을 두고서도 여야는 각자의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유 부총리가 고교 무상교육을 1년 앞당기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교육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의 찬반이 갈리며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국감을 앞두고 상임위를 둘러싼 정쟁이 지속 되면서 정책에 대한 검증은 후 순위로 밀려난 모양새다. 올해 국감 피감기관이 지난해 대비 52개 늘어난 753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제대로 된 검증이 되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여야의 정쟁이 이슈를 선점할수록 정책 검증에 대한 목소리는 힘을 못 받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