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한국지엠이 연구개발 신설 법인 분할 추진 효과로 부평공장 생산량 확대, 중형 SUV 자체 개발역량 확보, 신규 투자와 고용 확대 등을 꼽았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 4일 비공개 이사회를 열어 인천 부평 본사 내 엔지니어링센터와 디자인센터, 연구개발 시설 등을 묶어 신설 법인으로 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한국지엠은 1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안건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인천 부평 한국지엠 디자인센터에서 진행된 미디어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제공
이번 주총에서 법인 분할 안건이 의결되면 인천 부평 본사의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 등 부서가 별도의 연구개발 법인으로 분리된다.
한국지엠은 “신설 법인 설립은 올해 7월 발표한 경영 정상화 계획의 일환”이라며 연구개발 법인을 분리하는 것은 지엠 본사의 중형 SUV 제품 디자인 및 차량개발 업무를 이양해 디자인센터 지위를 격상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연구개발 부문 법인 설립은 한국지엠의 자체 개발권 확보에 따른 역량 강화에 대한 중요성을 인정받게 된다”며“ 신규 투자와 고용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연구개발 법인 설립의 가장 큰 효과로 부평공장 생산량 확대를 꼽았다. 특히 한국지엠 차량 수출비중 1위를 차지하는 소형 SUV 트랙스의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부평공장 생산라인 증설이 8월초부터 진행중으로, 계획대로 증설이 완료될 경우 내년 생산확대가 본격화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구개발 법인 신설을 통해 증가하는 SUV 수요에 맞춘 자체 개발역량 확대로 한국법인 입지가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엠이 아직 소형SUV외에 중형이나 대형급 차량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 부분에 조금더 주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현재는 중형급 SUV 등을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지만 다음 모델부터는 한국에서 직접 개발할 수 있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기대효과는 '고용창출'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신차 개발 업무 수행을 위해 100명의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등 한국지엠 전체 연구개발 인력을 3000명 이상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노조 측은 "국내 군산공장이나 호주 홀덴공장 폐쇄 사례처럼 향후 분할매각이나 철수 등 먹튀 가능성이 높다"며 법인 분할을 반대하고 있다. 노조 측은 “법인 분리 시 연구개발 부문이 본사 산하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인 분리를 막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편 노조는 지난달 사측에 특별단체교섭을 요청했다. 특별단체교섭은 매년 이뤄지는 임금 및 단체 교섭 외에 고용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경우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사측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시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할 수 있고, 중노위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파업 등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노조가 '법인 분리 반대'를 명분삼아 회사와의 특별단체교섭을 성사시키려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할 경우 올해 초 철수설로 촉발된 노사 갈등이 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지엠의 법인 분할이 최종 승인되려면 19일 주총을 거쳐야 한다. 다만 2대 주주 산업은행이 인천지방법원에 주총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예정된 날짜에 주총이 개최될 수 있을 지 아직 미지수다.
산업은행은 "신설법인 설립은 한국지엠이 체결한 기본합의서에 거론되지 않았던 내용이며 한국지엠이 신설법인 설립에 대한 충분한 사전 설명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법인 설립은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신설법인 문제에 대한 노조의 우려에 대해 “해보지도 않고 우려하면 회사로서는 해볼 수 있는게 없다”며 “(법인 설립이 무산되면) 부평에서 더 많은 차량을 생산할 수도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