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채용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구속 여부가 10일 판가름 나면서 신한금융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최악의 사태로 구속이 결정되면 경영권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금융당국의 제재 조치가 뒤따를 수 있어 신한금융의 촉각이 곤두선 상태다.
공판 진행 시 금융감독원은 검찰의 요청에 따라 추가 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인데 '과도한 수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혐의 부족이 입증된 상황에서 감독기관까지 추가적으로 조사에 나선다는 것은 전방위적으로 금융권을 압박하는 모양새라 정부가 '금융사 길들이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뒤따른다.
'채용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구속 기로에 섰다./사진=신한금융 제공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은 10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조용병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했다.
조 회장은 자신이 신한은행장이던 2015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임원 자녀 등을 부정 채용하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법원 출석 때 조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심문에 들어갔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오늘 밤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법원이 이번에 조 회장을 구속 결정하게 되면 당장 신한금융 경영에 초비상이 걸린다. 이번 출석으로 인해 조 회장은 당장 오는 12일 있을 해외 순방 일정마저 취소한 상태다.
앞서 신한금융은 오는 1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막을 올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합동 연차총회에 조 회장이 참석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추가적 조치를 취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죄 확정판결에 따라 제재조항 적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며 "추가적인 행정 재제 조치도 함께 동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조용병 회장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형사법에 규정되느냐에 대해서는 신한금융 변호인단이 상당 부분 이견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업무방해 혐의가 인정되지 않고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만 걸릴 경우 금고형이 아닌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현재 금감원은 공판 진행 시 검찰의 수사 과정에 미흡함이 있다고 판단되면 추가 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에서 기소돼 혐의 입증에 부족함이 없을 수 있겠지만 종합적인 상황을 살펴본 뒤 감독기관 차원에서 추가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고 말했다.
금융사의 수장이 '채용 비리'로 구속될 처지에 놓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만 두 명의 금융사 수장이 법원의 구속 영장심사를 받았다.
당시 불법 비자금 조성과 채용 비리 혐의로 박인규 전 DGB대구은행장은 구속기소 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조용병 회장과 같은 혐의를 받았던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법원의 심사 결과 구속을 피했다.
박 전 회장의 경우 비자금 조성 혐의를 함께 받고 있어 구속됐기 때문에 조 회장 불구속 기소 시 검찰이 '구속 영장을 남발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채용 비리의 경우 중대 범죄가 아닌데 올해 들어서만 같은 혐의로 구속 영장 청구가 3번째 발부됐다.
최창규 명지대학교 교수는 "도주 우려가 없는데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일이다"며 "채용비리보다 중한 사회적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도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는 판국에 과도한 구속 영장 청구로 법치주의가 훼손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 또한 "과거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구속된 사례는 많이 봤지만 최근처럼 채용 비리로 금융사 수장이 구속 영장을 발부받는 일은 전례가 없었다"며 "금융산업은 신뢰와 도덕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분야인데, 조 회장이 구속된다면 신한금융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 9월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인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와 대형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켜 현재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 절차를 밟고 있다.
내년부터는 신한은행이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검토하는 상황으로 구속 수사 시 국내 금융 사업에 정체기가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