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제대로 망신을 당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에게 “골목상권 제로섬게임에서 백 대표의 가맹점이 ‘손님 다 뺏어간다’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 마디 보태다가 그렇게 됐다.
차라리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에서 이 같은 질문이 나왔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 같다. ‘내가 가난한 이유는 저 사람이 부자라서 그렇다’는 선동에 동의하는 이들이 모인 정당에서 그보다 더 한말을 왜 못하겠는가. 문제는 당명에 ‘자유’가 붙은 정당의 국회의원이 ‘자유 시장’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는 것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는 거다.
정 의원의 질의를 들은 백 대표는 “아니, 사업하는 사람에게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는 “가맹점을 잘 키워 가맹점 사장을 잘 벌게 해준 것뿐인데 뭐가 잘못된 것이냐”며 “이게 불공정 행위인지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자율경쟁시대에서 이런 행동들이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을 감시하는 ‘국정감사’에 민간 기업인을 참고인으로 세우는 것도 아연실색할 사안인데, 불러다놓고 한다는 질문이 “너 땜에 다른 가게 장사 안 되잖아” 수준이라니. 이것은 자유한국당이 왕년의 인기를 되찾지 못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을 떠나,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자유’를 내건 정당이 이 정도 수준인데 다른 당은 오죽하겠는가.
물론 자유한국당에 속한 의원들 모두가 정 의원처럼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경제원(현 자유기업원)이 지난 2016년까지 발표한 ‘국회 시장친화지수’를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좌파’,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과 바른미래당의 전신인 국민의당은 좌파에 가까운 ‘중도우파’로 분류된다.
사실상 대한민국에 자유시장경제를 설파하는 정당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지표다. 분위기가 이러니 ‘자유 뺀 민주주의’ 교과서가 나와도 대다수가 ‘나 몰라라’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안다면 드러누워서라도 지켰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자유’를 지키는 것은 이른바 ‘보수 시민단체’의 몫이 되고 말았다.
자유한국당은 이전에 새누리당, 한나라당 시절부터 기업을 옹호하고, 부자 편만 든다는 오해 속에서 숱한 부침을 겪어왔다. 그러다 보니 ‘기득권’이라는 선동에 위축돼 ‘경제민주화’ 같은 자유에 반(反)하는 정책도 택하고, “너 땜에 장사 안 돼”라는 말을 국감장에서 하는 수준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대가 약해서 어떻게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수 있겠는가. 자유를 지킨다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경쟁을 허용하며, 그 속에서 누구라도 승자가 될 수 있는 나라를 꿈꾸는 것’이다. 아마 백 대표가 언급한 ‘자율경쟁’도 이런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이 지향해야 할 가치도 여기에 있다.
만약 이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강령에서 ‘자유한국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의 헌법 가치에 기반한다’는 말을 삭제하면 된다. 또 당명에서 ‘자유’를 지우고 ‘더불어’나 ‘바른’, ‘정의’ 같은 추상적인 단어를 넣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만약 그럴 생각이 없다면 ‘자유’라는 이름을 내건 정당답게 행동해야 한다. 자유에는 항상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