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BMW 화재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정부부처와 교통안전공단, 학계전문가 등으로 꾸려진 민관합동조사단 출범 2개월이 흘렀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교통안전공단이 BMW 화재 사고 조사를 전담하기 위해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은 현재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차량의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쿨러 19개와 흡기다기관 14개에 대한 정밀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조사단은 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을 비롯 학계, 화재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21명 규모로 꾸려졌다.
잇따른 화재로 긴급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에서 발생한 첫 화재가 지난 4일 오후 2시15분께 전남 목포의 한 대형마트 인근 도로에서 주행하고 있던 2014년식 BMW 520d 승용차에서 발생했다. /사진=목포소방서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사단 출범 2개월이 지났음에도 BMW 화재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하는 점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오히려 동일한 문제가 BMW의 다른 차량에서도 발생하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앞서 조사단은 지난달 11일 리콜 대상이 아닌 BMW 118d 차량에서도 현재 진행 중인 리콜 차량에서 발생한 EGR 쿨러 내 침전물, 흡기다기관 천공현상을 확인했다며 추가 리콜을 요구했다.
출범 전이나 후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공단은 당초 조사단 출범 초 BMW 제출자료의 검증과 별도로 정확한 화재원인 규명을 위해 동일사양의 별도차량을 구입해 자체검증시험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조사차량이 구체화되지 않은데다, 엔진 및 실차시험을 통해 결함을 입증하더라도 BMW측이 보유한 고유 기술적 매커니즘 또는 시스템과 동떨어진 것이어서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BMW가 조사단의 자료제출 요구에 비협조적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단은 지난 6월 BMW 520d 차량의 특정부위에서 화재가 빈번히 발생하는 징후를 확인하고 정부의 리콜조사 발표 전까지 총 세 차례 기술자료를 요청했지만 모두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BMW 차주는 “BMW가 제시한 화재원인 외에 소프트웨어 등 추가 결함이 은폐된다는 지적에도 정작 규명해야 하는 조사는 시작도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사 전담인력이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권병윤 공단 이사장은 지난 15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도로공사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을 대상으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담인력 운영 부실을 지적하자 “화재 사건을 계기로 역량 강화와 전문성 확보를 위해 결함 정비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력과 예산, 인프라 확보를 위해 주무부처와 협의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기준 BMW가 자발적 리콜을 결정한 520d 모델 등 40여개 차종의 안전점검 이행률은 98%, 리콜이행률은 42%에 달한다. 하루에 1500대 가량 리콜이 진행되는 셈이다. 공단은 “화재 발생 위험이 있는 차종의 부품조사를 1차적으로 완료했고 EGR 결함이 없는 상태에서 흡기관에서 발화한 사고가 있어 업체에 소명자료 제출 요구를 한 상황”이라며 “BMW가 화재원인으로 지목한 것 외에 소프트웨어 결함 등 폭넓게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권병윤 이사장은 국정감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BMW 관련 사고 조사 계획과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철저한 조사를 통해 연말까지 정확한 화재원인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관합동조사단 출범 2개월까지 리콜이행률이 절반도 넘지 않은 상황이고, BMW측 조사 협조가 되지 않고 있어 원인 규명 및 조사가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수입차 한 딜러는 “디젤게이트 사건때도 아우디폭스바겐 등 독일수입차의 비협조적 태도와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화를 키운 바 있다”며 “올해가 2개월 밖에 남지 않은만큼 명확한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