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내 조선업계가 1년 9개월 만에 수주잔량 2000CGT를 돌파하고, 5개월 연속 수주량 세계 1위를 질주하는 가운데 조선 '빅3'의 수주목표 달성 여부가 이목을 끌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전월 대비 71% 증가한 252만CGT로 집계됐으며, 이 중 국내 조선사들이 163만CGT(65%)를 수주해 35만CGT에 그친 중국을 크게 앞질렀다. 또한 올 1~9월 누계실적에서도 한국은 950만CGT를 기록, 각각 651만·243만CGT에 그친 중국과 일본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노르웨이 KNOT로부터 15만3000톤급 셔틀탱커 2척을 수주한 것을 비롯해 올 3분기까지 129척(104억달러)을 수주, 올해 목표(132억달러)의 79%를 달성하면서 올해 목표달성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0% 가량 증가한 것으로, 200척(139억달러)을 수주한 지난 2013년 이후 최대치라고 현대중공업은 설명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선 및 액화석유가스(LP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이 31척이며, LNG선 관련 문의가 많아 초과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부연했다.
반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수주에서 고배를 마실 경우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특성상 연말에 수주가 몰리는 경향이 있어 수주실적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60% 정도만 달성한 탓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5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로부터 수주한 17만4000㎥급 LNG선 등 41척(49억달러)을 수주했지만, 올해 목표의 59.8%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 에너지기업인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의 프로젝트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는 인도 동쪽 심해에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를 설치하는 것으로, 규모는 2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 KDB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에 따라 올해 말까지 최대 2200명의 인력을 추가로 감축해야 하는 상황으로, 올해 수주 목표 달성 여부가 구조조정 규모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 LNG선(위)·대우조선해양 LNG선/사진=각 사
올해 목표의 63%(46억달러)를 달성한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업체들을 제치고 해양플랜트 수주에 성공하면서 주목 받고 있는 싱가포르 셈코프마린과 20억달러 규모의 로즈뱅크 프로젝트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당초 대우조선의 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으나, 최근 미 정유사 셰브론이 노르웨이 국영 석유회사인 에퀴노르에게 로즈뱅크 지분 40%를 넘기면서 긴장감이 감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셈코프마린은 노르웨이 석유회사 스타토일의 요한 카스트버그 프로젝트를 수주한 바 있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앞서 지난 6월 최고경영자(CEO)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인력이 모자라 유휴인력을 정리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내년에 인력 소요계획을 재점검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볼때 올해 목표 달성 여부가 구조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 회복을 겨냥해 LNG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한 전략이 통하고 있고, 현대상선이 대규모 발주를 진행하는 등 업계간 협력도 큰 도움이 됐다"면서도 "해양플랜트 일감 부족 등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등의 어려움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