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가 4차전 선발투수로 각각 파격적인 카드를 뽑아들었다. 고졸 신인 박주홍과 고졸 2년차 이승호가 오늘(23일) 고척돔에서 열리는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지난해 입단한 이승호가 박주홍보다 프로 1년 선배지만 흔히 말하는 '빠른' 1999년(2월)생이어서 둘의 만 나이는 19세로 같다. 좌완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19세 영건들의 선발 맞대결. 그것도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에서 이뤄진 일이다. 분명 신선해 보인다. 패기의 젊은 투수들이고, 박주홍이나 이승호나 팀의 차세대 좌완 선발감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주들이다. 가을야구에 참가해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는 기회를 얻었으니 씩씩한 투구가 기대된다.
하지만 이는 두 팀의 투수진 사정을 엿보게 하는 씁쓸한 면이 분명 있다. 두 팀 다 외국인투수 2명은 3차전까지 다 활용했다. 한화는 헤일이 1차전, 샘슨이 2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넥센도 1차전에 해커, 3차전에 브리검을 선발로 내세웠다. 한화의 3차전 선발은 장민재, 넥센의 2차전 선발은 한현희였다.
그런데 4차전에는 믿고 내세울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한화는 김민우나 안영명이 선발 투입 가능한 카드지만 '불펜야구'로 시리즈를 버티고 있다. 넥센은 올 시즌 최다승 투수 최원태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신재영이 올해는 선발로 제 몫을 충분히 못해줬다.
결국 두 팀은 박주홍-이승호라는 신예들에게 선발을 맡기기로 했는데 이후 마운드 운영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주홍은 '오프너'일 가능성이 높다. 즉, 선발로 나서기는 하지만 짧게 한두 타자만 상대하고 바로 교체되는 것이다. 신인으로 한 시즌을 보내면서 1군에서는 한 번도 선발 등판 경험이 없는 박주홍이 포스트시즌 들어 갑자기 선발로 긴 이닝을 소화하기는 힘들 것이다.
박주홍이 의외로 역투를 하며 생각보다 길게 던질 수도 있다. 그러나 1승 2패로 여전히 패하면 탈락하는 벼랑끝 승부를 벌여야 하는 한화가 모험을 하기란 쉽지 않다. 김민우, 안영명 등 선발 경험이 있는 투수들이 처음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한화는 4차전도 마운드 총력전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승호 역시 선발 경험이 많지는 않다. 구원투수로만 활약하다 넥센의 내년 시즌 좌완 선발감으로 눈도장을 찍고 시즌 막판 4경기에 선발 등판하며 분위기를 익혔다. 선발승은 없었지만 9월 30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5⅔이닝이나 던지면서 2실점으로 막는 준비된 선발의 면모도 보여줬다.
이승호도 길게 던지지는 않을 것이다. 완벽한 피칭을 한다면 굳이 조기 강판할 필요는 없겠지만 장정석 감독이 이승호를 선발 예고하면서 '선발 1+1' 구상을 밝혔다. 2차전에서 중간계투 등판해 3⅓이닝이나 책임지며 2피안타 무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됐던 안우진을 이승호 다음 투수로 대기시키겠다는 의도다.
안우진은 박주홍과 마찬가지로 올해 신인이며 역시 19세 영건이다.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19세 선발투수가 19세 구원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겨주는 사상 유례없는 장면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번으로 한화에 지명된 박주홍은 22경기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8.68의 데뷔 시즌 성적을 남겼다.
2017 신인 드래프트 2차 1번으로 KIA에 입단했던 이승호는 팔꿈치 수술을 받고 지난해는 재활에 매달리던 중 김세현과 트레이드돼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 32경기(선발 4경기)에 등판해 1승 3패 4홀드 평균자책점 5.60을 기록했다.
그 후야 어떻게 되든 박주홍-이승호 선발 맞대결 자체는 야구팬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그만이다. 둘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 하나를 만들게 됐는데,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려면 주어진 몫만큼은 확실하게 해내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한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