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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와의 전쟁?…'광장의 촛불' 부정 아닌가

2018-10-26 10:58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촛불정신'을 기초로 하고 있다. 국정운영 100대 과제 중 국민주권의 촛불민주주의 실현이란 전략 네 번째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신장이다.

보고서 27쪽에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을 자율규제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체적 내용을 담았다. 2018년인 올해는 공적 규제 축소, 2019년 자율규제 기반조성, 2021년 자율규제로 완전전환 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랬던 정부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신호탄을 쏜 사람은 다름 아닌 언론인 출신 이낙연 국무총리다. 이 총리는 지난 10월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를 '민주주의 교란범'이라며 긴급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사회적 공적(公敵)"이라며 비난를 쏟아냈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던지 이 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가짜뉴스 창궐. 묵과할 수 없는 단계. 사회의 공적으로 규정하고 척결하겠다"고 근절 의지를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도 가세했다. "허위조작 정보는 보호받아야 할 영역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당 가짜뉴스대책특위 주최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유관기관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법무부 등은 가짜뉴스 대책 마련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법안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엉뚱한 곳에서 역풍이 불었다. 야당의 반대야 그렇다 치지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도 가세했다. 당장은 거짓으로 인식되더라도 후에 판단이 바뀌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점. 근거를 유무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 사이 '가짜뉴스'라는 이름도 슬그머니 바뀌었다. 통상 가짜뉴스, 페이크뉴스로 불렸지만 '가짜'도 '뉴스'도 뗐다. 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라고 이름 붙였다. "여당은 가짜를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라는 비판에 대한 물타기였을까? 어쨌든 '가짜뉴스'라는 이름조차 '가짜'였다.

허위조작정보라는 새 이름이 무색하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가짜뉴스에 대해 국어사전은 "언론 보도의 형식을 띠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유포되는 거짓 뉴스"라고 정의했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 특정 세력이 정치·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의도로 퍼뜨리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가짜뉴스나 거짓뉴스보다 허위조작정보란 이름을 붙이니 뭔가 깨끗하지 못한 냄새와 범죄적 느낌은 더해졌다. 그렇게 껍데기를 포장한다고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다. 듣기 싫은 소리에는 방성구라도 채울 태세다.

가짜뉴스와 거짓정보는 신뢰에 대한 부족과 사회 불안감과 궤도를 같이한다. 작은 불꽃처럼 일어나 들불처럼 번진다. 개인이 느끼는 불안은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감, 지나친 경쟁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에서 비롯된다. 삶의 불안은 이기심과 탐욕을 부채질한다. 이기심은 다시 삶의 불안을 부른다. 불안은 결국 자기변명, 자기합리화로 포장되는 악순환이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은 진짜에 대한 불안감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부족과 '가짜'를 변화시킬 대안의 부족을 자인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사례로 자신들의 숨을 곳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물론 사전적인 의미의 가짜뉴스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가짜뉴스와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최근 불미스러운 결과를 초래한 맘까페의 사례를 일례로 드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정부란 그러한 일들이 예방·재발하지 않게끔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법적 책임은 지금도 처벌할 근거는 많다. 지금 정부가 선포한 가짜뉴스와의 전쟁과는 궤가 다르다.

지금껏 '아니면 말고 식 폭로'의 진원지는 정치권이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얼굴빛을 바꾸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다. 가짜뉴스의 시원은 인류의 발걸음과 함께 한 것이나 다름없다.

세계사에도 한국사에서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만큼이다. 갈릴레오는 '지구는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고문과 연금을 당했다.  당시 천동설을 신봉한 이들에게 지구가 돈다는 건 가짜뉴스다. 당시의 잣대로 판단한 '가짜'는 '진짜'가 됐다.  

지난 2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사법당국의 신속한 조치를 주문했다. 이에 보수 야당에서는 반발이 나왔다. /사진=국무총리실


우리 역시 멀리 가지 않고도 광우병, 천안함, 사드 괴담, 박근혜 전 대통령 7시간 미스터리 등 숱하다. 모두 가짜뉴스다. 그렇다고 그런 '입'을 향해 전쟁을 선포하지는 않았다. 가짜뉴스 처벌이라는 칼을 빼든 것은 자만이고 오만이다. 나는 선이고 따르지 않는 자는 악이다. 독선이다.

명예훼손, 유언비어, 모독죄는 지금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 지금 논란의 중심은 갑자기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 이해불가라는 것이다.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불편함에 대한 입막음이라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정의조차 불분명한 채로 말이다.

미국은 2016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치른 뒤 가짜뉴스를 구별하는 '팩트체크(사실확인)'의 필요성에 주목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안넨버그 커뮤니케이션 스쿨이 만든 사이트 'FACTCHECK.ORG'에서는 다음 7개의 기준을 제안했다.
  
1. 뉴스의 출처를 파악하라. 2. 글을 끝까지 읽어라. 3. 작성자를 확인하라. 4. 근거자료를 확인하라. 5. 작성 날짜를 확인하라. 6. 자신의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라. 7. 전문가에게 물어보라.'. 법으로 처벌하겠다는 '엄포'는 어디에도 없다.

가짜뉴스를 근절하는 가장 좋은 방안은 투명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거짓 없이 분칠 없는 사실을 알리면 된다. 그러려고 국정홍보을 하는 것이 아닌가. 국민의 혈세로 만든 일자리다. 자의적으로 잣대를 들이대면 남발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
  
가짜 뉴스 문제는 정치적으로 소외된 일부 반대층이 아니라 민주 정치의 근본 문제를 가리키고 있다. 대의민주주의의 함정이기도 한 것이다. 지금 정부가 빼든 칼은 소 잡는 칼로 닭을 잡겠다는 우도할계다. 악의를 가지고 가짜뉴스를 생산해 내는 자들은 지금의 법으로도 처벌 가능하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은 허상과의 싸움이다. 가짜가 진짜일 수 있고 진짜가 가짜일 수 있다. 그 판단을 하겠다는 건 역사를 거스르는 우를 범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입은 말을 막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라고 있는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참말로의 사랑은'이란 시가 유난히 가슴을 울린다. 우린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물론 시인이 외친 자유와 다른 자유일지라도.  

참말로의 사랑은/그에게 자유를 주는 일입니다//나를 사랑할 수 있는 자유와/나를 미워할 수 있는 자유를 한꺼번에/주는 일입니다//참말로의 사랑은 역시/그에게 자유를 주는 것입니다//나에게 머물 수 있는 자유와/나를 떠날 수 있는 자유를 동시에/따지지 않고 주는 것입니다//바라만 보다가/반쯤만 눈을 뜨고/바라만 보다가.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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