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바른미래당이 특별재판부 설치를 둘러싸고 또다시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을 놓고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상황을 되풀이하는 모습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민주평화당·윤소하 정의당 등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 원내대표는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 처리를 위해 정기국회 기간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2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은)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는데, 주장은 제가 맨 처음 했다”며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영장전담법관, 1·2심 재판부를 별도로 구성해 사법농단 사건만 재판할 수 있는 별도의 재판부를 구성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당내에서 보수성향을 가진 의원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이언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른미래당이 여당 및 준여당들과 특별재판부 법안을 정기국회 내 처리키로 합의했다는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원내지도부가 한 번도 당내 논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어 “판문점선언 비준 관련, 지도부가 의원총회나 당내 논의 없이 비준하겠다고 발언했다가 혼란을 야기하고 사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특별재판부 건은 근본적인 헌법정신, 국가 기본질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관한 문제로서 어쩌면 판문점선언 비준 건보다도 더 중차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재판부를 국회가 지명하겠다니 제정신이냐.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의 헌법정신에 반하는 발상으로 명백히 위헌”이라며 “사법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헌법정신과 절차에 따라 차근차근 접근해 가며 해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사법부가 독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의혹을 받는데 그걸 해결하기 위해 독립을 침해하느냐”며 “권력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전체주의, 절대주의 국가로 치닫는 우리나라가 정말로 걱정스럽고 이런 도를 넘는 국기문란 행위를 당내 논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마음대로 합의해 준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당 지도부에 날을 세웠다.
지상욱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의 영장기각률이 높다는 이유로 국회가 판사를 선정한다는 특별재판부 설치가 4당 합의로 결정됐다는 소식에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며 “역사적으로 과거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이후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지 의원은 “이번 정권은 적폐를 청산한다면서 더 큰 적폐로 고용세습, 친인척 채용비리 사건을 일으켰고, 사법농단을 막겠다면서 더 심각한 사법농단을 저질렀다”며 “삼권분립의 정신은 대한민국을 받치는 근간이자, 지난 세월을 지나오며 대한민국이 지켜지는 이유”라고 역설했다.
바른미래당이 특별재판부 설치를 둘러싸고 또다시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언주 의원./바른미래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