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산업 소재 및 수송연료로서 중요한 석유 고갈에 대해서는 심각한 상황이란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매장량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50년 뒤 고갈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최근 언론기고를 통해 "매장량이 늘어날수는 있지만 앞으로는 더 깊은 바다와 지층에서 석유를 생산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유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자원개발에 대한 세계적 추세를 모르는 근시안적 안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석유를 비롯해 특정한 자원이 고갈된다는 주장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해당 자원이 지구에 매장된 것은 한정적이고 인간이 이를 계속 사용하면 언젠가는 모두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 사우디 석유장관인 야마니는 "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돌멩이가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은 바 있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돌멩이가 많지만 철을 비롯한 다른 자원을 쓰는 것처럼 석유가 떨어질 경우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인류문명에 석유가 들어온 것은 드레이크가 원유를 대량으로 시추한 1859년이다. 1885년 미 지질조사국(USGS)은 캘리포니아에서 석유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며, 1914년 미 광산국은 '10년이면 석유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석유고갈론'에 대해 우려하는 주장을 했다./사진=한국석유공사
특히 1950년대 허버트 교수는 석유 생산량이 1970년대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는 '피크오일론'을 설파하면서 고갈론에 불을 지폈으며,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은 '10년 뒤 석유가 고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1970년대 유럽 학자들을 중심으로 모인 '로마클럽'은 2000년대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고 호소했으나, '40년 남았다'는 석유가 인구 증가 및 문명발전으로 인한 석유사용량이 연간 300억배럴에 도달했음에도 오히려 매장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러한 우려는 모두 기우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탐사 및 채굴기술 발달 △타이트 오일·셰일가스 등 새로운 에너지원 발견 △정제기술 및 효율 증가 등이 꼽힌다.
기술개발을 통해 해상유전 등 예전에 찾지 못했던 유전을 찾게 되고 지하 3km 셰일층에 있는 기름을 '프래킹' 공법을 통해 뽑아낼 수 있게 되면서 매장량이 늘어나게 됐다.
미국에 매장된 셰일만 해도 인류가 1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중국·아르헨티나·멕시코·남아공·호주·캐나다·프랑스·폴란드 등 전 세계에 매장된 것을 고려하면 석유고갈론은 시기상조인 것으로 평가된다.
석유매장량 추이(지난해 BP 기준)/사진=GS칼텍스 블로그
또한 정제기술의 발달로 같은 양의 원유에서 더 많은 양의 석유를 추출할 수 있게 됐으며, 자동차의 연비 및 가전 등 제품의 에너지 효율이 증가한 것도 힘을 보탰다.
이밖에도 셰일업계가 사우디를 비롯한 전통 산유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술개발에 매진, 손익분기점(BEP)를 떨어뜨리는데 성공함으로써 이러한 주장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고갈론은 1970년대 오일쇼크에도 영향을 줬고, 21세기에도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데 기여하면서 한국석유공사 등의 자원 공기업들이 경제성 평가에 혼란을 빚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원고갈론은 인간에 대한 불신과 경제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파생된 것으로, 진정 석유가 모자라 가격이 치솟게 되면 재생에너지 혹은 개발 중인 핵융합이 인류의 동력원이 될 것"이라며 "셰일층 밑에도 석유가 있다면 이러한 고갈론이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프래킹 공법은 셰일층에 파이프를 꽂아 'ㄴ'자로 다시 뻗은 뒤 화학약품과 물 등을 섞은 용액을 발사해 지층에 있는 기름을 끌어올리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는 지진을 야기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