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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논란…양심의 진정성 어떻게 입증하나

2018-11-02 13:52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대법원은 1일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34)씨 상고심에서 9(무죄) 대 4(유죄) 의견으로 형사항소부에 사건을 파기환송했다./연합뉴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대법원이 1일 "종교적 신념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고 이를 형사처벌할 수 없다"면서 2004년 당시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14년 3개월 만에 뒤집는 결론을 내놨지만, 신념의 기준이 되는 '양심의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향후 검사가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진정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적시했지만, 그에 대한 입증과 심사를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향후 양심의 진정성을 놓고 그 기준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34)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9(무죄) 대 4(유죄) 의견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형사항소부에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날 병역을 거부한 오씨의 종교적 신념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양심자유에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며 "일률적으로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소수자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관심을 모은 종교적 신념에 대해 재판부는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신념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다수의견을 통해 "피고인이 소명자료 제시하면 검사가 자료의 신빙성 탄핵하는 방법으로 '양심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하고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신념이어야 하며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은 신념이어야 한다"며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소영·박상옥·이기택·조희대 등 이날 판결에서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양심이 진정한지 형사절차에서 증명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명백한 규범적, 현실적 변화가 없음에도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한다"며 "심사판단 기준으로 고집하면 여호와의 증인 신도와 같은 특정 종교에 특혜가 될 수 있고 이는 양심 자유의 한계를 벗어나고 정교분리원칙에도 위배되어 중대한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반대의견을 냈다.

또한 "다수의견이 제시한 사정들은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부합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진정한 양심의 존재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법조계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두고 "판검사들에게 일종의 '양심 감별권'이 주어지게 된 것"이라면서 병역거부 신념에 대해 관심법과 같은 주관적인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법관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병역을 거부하는 개개인의 양심을 검사나 판사가 평가해서 기소·불기소나 유무죄를 판별해야 한다는 것인데, 종교나 양심의 가면을 쓴 병역기피자를 어떻게 가려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부터는 병역에 대한 종교적 신념을 주장하는 수사 당사자가 제출한 자료의 신빙성을 따지라는 말인데, 검찰로서는 난제를 떠안은 격"이라고 보았다.

이어 그는 "한 사람이 10~20년 살아온 인생을 그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확인해 양심에 진정성이 있는지 판단하라는 것인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판례가 쌓인 뒤에야 일선에서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출신의 법조계 인사는 이에 대해 "양심에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한 입증을 위해 검사가 수사 대상자 개인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도 있다"며 "만약 대상자가 여호와의 증인과 같은 종교 신자가 아니라 반전주의자 등 자신만의 독자적 신념을 기초로 병역을 거부했을 때 그 양심의 진정성을 어떻게 가릴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이번 판결로 인해 오히려 국가의 수사재판권이 개인 양심의 자유를 재단할 수 있게 됐다"며 "판검사에게 내밀한 양심이라는 개인 영역을 주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법원이 14년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우리 사회의 민감한 과제를 해결할 길이 열렸지만, 개인 양심을 판단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놓고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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