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해결하기 위한 특별재판부가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특별재판부 설치를 뒷받침할 특별법까지 발의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반발하는 상황.
홍영표 민주당·김성태 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특별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특별재판부는 청와대와 집권당인 민주당이 고의적, 정치적 의도를 갖고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덮기 위한 수단으로 들고 나왔다”며 “특별재판부는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부터 사퇴하게 한 뒤 갖고 나올 사안”이라고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정한 재판을 통해 사법부가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고 권위를 되찾으려면 특별재판부밖에 없다”고 맞받았지만, 특별법이 명시하고 있는 ‘특별재판부 후보 추천위원회’가 편향될 수 있다는 야당의 지적을 의식한 듯 “편향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민단체 배제에 동의한다”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특별재판부 추천위 구성에 있어 대한변협이 10명을 추천하면 국회가 ‘비토권’을 갖고 5명을 추린 뒤 대법원장이 고르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편향성 논란은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발의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의 제19조에 명시된 조항 때문에 발생한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10명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 추천위는 김 대법원장이 위촉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현 정권이 임명한 대법원장이 추천위 구성에 전권을 쥐고 있다는 비판이 야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추천위 구성 방법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 3명 △법원조직법 제9조2에 따른 해당 법원 판사회의에서 추천 3명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변호사 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 3명(1명 이상은 여성) 등으로 정해져 있다. 결국 대한변협 추천을 제외한 6명은 사실상 김 대법원장이 추천권을 갖고 있는 꼴이다.
이와 함께 한국당에서는 헌법 제101조 제1항(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과 헌법 제27조 제1항(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에 따른 특별법의 위헌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당 내에서는 특별법을 통해서가 아닌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식의 대안이 제시됐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지난 3일 밤 KBS ‘염경철의 심야토론’에서 “특별재판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적극 동의한다”면서도 “특별법에 의한 특별재판부 구성은 삼권분립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위헌 요소가 많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의혹이 있는 법관이나 관련 견해를 밝힌 우리법연구회 등의 소속 법관을 배제한 뒤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재판부를 꾸리는 방식을 제안했다.
주 의원은 통화에서 “특별법의 가장 큰 문제는 제19조인데, 오히려 재판부 구성이 김 대법원장이 절대적 권한을 가지게 돼 있다는 점”이라며 “직접은 아니지만, (사법농단 사태에) 책임지고 있고,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일이 정치권에서 일어남에도 아무 말도 안하는 김 대법원장에게 특별재판부의 상당한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