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인구 60%가 아파트에 사는 ‘아파트 공화국’이다.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공동주택이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공동주택이 주된 주거 방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이에 따른 문제점들도 속출하고 있다. 층간소음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층간소음 등 문제의 해법을 개인에서 찾을뿐, 적극적 대안 마련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 건설사의 적극적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미디어펜은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를 진단하고, 지혜로운 해결책 모색을 위한 시리즈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아름다운 동행-층간소음 ④]해외의 기준 및 처벌 사례는?
경기도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홍샛별 기자]국내에서는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는 층간소음. 하지만 다수의 선진국에서는 공동주택에 대한 소음 기준이 국내보다 엄격함은 물론 처벌 수위도 강도가 높다.
◆미국
미국은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아파트 관리인에 먼저 신고를 한다. 관리인 차원에서 1차 경고를 한다.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경찰에 신고하는 방식이다.
특히 뉴욕의 경우, ‘뉴욕시 법전’에 타인의 생활을 방해하는 정도의 지속적 소음을 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피해자의 항의나 신고를 받으면 소음을 내는 가해자에게 2회까지 경고한다. 3회 이상일 경우에는 강제 퇴거 조치까지도 할 수 있다.
또 위반 횟수에 따라 벌금이 부과되며 지속적으로 위반할 경우에는 벌금 수준이 점차 높아진다. 벌금은 1차 위반시 평균 40여 만원, 2차 약 80만원, 3차 약 120만원 정도이며, 야간에는 벌금 강도가 더 높아진다.
◆독일
독일은 소음 피해를 유발하는 사람에 대해 민법, 연방질서법, 공해방지법 등으로 보다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다.
실제 연방질서위반법 제117조 1항에는 ‘공공이나 이웃을 괴롭히거나 타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불필요한 소음의 배출은 위법’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 같은 연방질서유지법상 소음규정을 위반할 경우 5000유로(한화 약 640만원)까지 과태료를 내야 한다.
층간소음규제가 여느 나라보다 철저한 만큼 입주 단계에서부터 소음에 관한 예방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바로 소음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다. 주거 형태가 소유보다는 임대가 대부분인 독일에서는 지속적 소음 유발시 집 주인 등은 세입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퇴거 명령까지도 내릴 수 있다.
◆호주
호주는 ‘환경보호법’에 주거 공간 내의 소음기준을 주간 40dB, 야간 30dB로 명시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 계약서에도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떤 소음이 허용되는지 규제 항목이 정확하게 적혀 있을뿐 아니라 소음 유발자에는 벌금을 부과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신고를 받아서 경고 공문을 보낸 뒤에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경찰을 부르거나 법적 조치를 취한다. 경찰이 출동하게 되면 현장에서 200~400호주 달러(한화 16~32만원)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식이다.
호주에는 이웃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이 피해를 받지 않더라도 나서서 신고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도 층간소음 분쟁 감소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집값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일본은 국민의 40% 정도가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워낙 남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어하는 일본인들의 국민성 덕분에 일본인들은 이웃을 배려하는 생활이 습관화돼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만큼 층간 소음 문제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일본의 경범죄법 제1조 14호에는 ‘공무원의 제지를 듣지 않고 목소리·악기·라디오 등으로 이웃에 폐를 끼친 자에 대해 구류 또는 과태료에 처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 권고 사항이며, 거주자들의 생활 태도에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