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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래미안리더스원' 완판 소식이 달갑지만 않은 이유

2018-11-08 13:59 | 김병화 부장 | kbh@mediapen.com

김병화 건설부동산부장

[미디어펜=김병화 기자]구천육백칠십일(9671). 강남 서초우성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리더스원’의 1순위 청약접수 건 수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3월 인근에서 분양한 디에이치자이개포(개포8단지 재건축)의 청약접수 건 수인 3만1423건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5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를 기록 중인 삼성물산의 체면이 구겨질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번 청약결과는 최근 주택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래미안리더스원은 잇따른 정부 규제로 시장이 위축된 상태에서 청약접수를 진행했다. 무엇보다 래미안리더스원은 모든 면적의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해 중도금 집단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가장 규모가 작은 59㎡의 분양가도 12억6000만~12억8000만원에 달한다. 계약금(20%)과 중도금(60%) 등 전체 비용의 80% 수준인 10억원 이상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디에이치자이개포의 경우 시공사 신용을 보증으로 중도금 대출을 알선해 수요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췄지만 래미안리더스원은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신용보증도 제공되지 않았다. 이번 청약결과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라고 평가 받을 수 있는 이유다.

'래미안리더스원'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도를 살피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래미안리더스원의 청약 결과가 달갑지 않은 까닭은 따로 있다. 높은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한 래미안리더스원의 청약은 소위 ‘그들만의 리그’였다. 현금 자산가들의 잔칫상에 서민·실수요자들의 자리는 없었다.

사실 신규 분양단지는 일반적으로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을 나눠 납부할 수 있고, 중도금의 경우 무이자 대출해 주는 경우도 많아 서민·실수요자도 노려볼만 했다. ‘강남 입성’이라는 소박한(?) 꿈도 꿀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신규 분양을 통한 강남 입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이달 말께 강남 등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청약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시행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분양권·입주권 소유자와 미성년자 등은 '무주택자'에서 제외되고, 주택소유자는 기존 주택을 처분하겠다는 서약을 하지 않으면 규제지역에서의 청약이 금지된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함이라며 ‘유주택자=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강남 입성 사다리를 철거했다. 낡은 집 한 채 마련해 강남 입성을 준비해 온 서민 유주택자들과 돈 없는 서민 무주택자는 희망을 잃었다.

정부의 고강도 분양가 규제 덕분에 등장한 ‘강남 로또 청약 아파트’는 아직 많이 남았고, 그들만의 리그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간섭은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작용은 이미 시작됐다.

[미디어펜=김병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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