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지주회사 체제 밖,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가 75%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 총수일가가 이 과정에서 지배력을 2배 이상 확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내놓은 '2018년 9월 기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자료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일반지주사 전환집단은 113개 계열회사를 총수일가 등이 지주사 체제 밖에서 지배하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41%인 46개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에 해당한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가는 '규제 사각지대 회사' 18개까지 포함하면 57%에 이른다.
체제 밖 계열사 수는 지난 2014년 179개에서 올해 113개로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 중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2014년 65개에서 올해 46개로 역시 감소하고 있지만, 그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 중 지주사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7개였다.
그 중 하림·한국타이어·세아·하이트진로 등 4개 그룹은 총수 2세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로, 총수 2세가 체제 밖에서 계열회사를 통해 지주사를 지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지주사 전환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17.16%로, 1년 전(15.29%)보다 다소 올랐다.
전환집단 소속 지주사를 분석한 결과, 지주사에 대한 총수·총수일가 평균 지분율은 각각 28.2%, 44.8%에 달하는 등 집중도가 높았다.
공정위는 인적분할·현물출자 방식을 이용한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총수일가가 분할 후 취득한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사 주식으로 교환(현물출자), 지분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했다.
전환 과정에서 통상 총수일가의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과 지주사의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각각 2배 이상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자사주취득→인적분할→현물출자과정을 통해 지주사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총수일가 지분율은 16.9%에서 50.1%로 33.2%포인트나 상승했고, 한진중공업의 사업회사 지분율도 신주가 배정되고 현물출자를 받은 주식까지 더해져 19.6%에서 36.5%까지 높아졌다.
총수 있는 전환집단은 일반집단보다 소유·지배 간 '괴리'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의결지분율과 소유지분율의 차이를 나타내는 '소유지배 괴리도'는 전환집단의 경우 42.65%포인트였지만, 일반집단은 33.08%포인트였으며, 소유지분율 대비 의결지분율을 의미하는 '의결권 승수'도 전환집단은 3.79배였지만, 일반집단은 2.63배였다.
출자구조 상 전환집단의 출자단계는 3.2단계로, 일반집단 4.6단계보다 낮은 '단순 수직형' 출자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일반집단 순환출자가 대부분 해소되는 반면, 전환집단에서는 출자단계가 늘어나고 있어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결국 지주사제도가 '소유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목적 달성은 하지 못한 채,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나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 재확인된 것이다.
한편 올해 분석 대상은 올해 9월 기준 173개 지주사(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지주사 37개 포함)와 소속 자·손자·증손회사 1869개였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지주사는 20개 감소했는데, 이유는 작년 7월 시행령 개정으로 지주사 자산요건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중소 지주사들이 대거 제외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지주사 재무 현황은 173개사의 평균 자산총액은 1조657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548억원 늘었다.
올해 기준 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 중소 지주사는 103개로, 전체 지주사의 59.5%였으며, 작년 67%보다 7.5%포인트 하락했다.
지주사 평균 부채비율은 33.3%로, 법률상 규제 수준(200% 초과 금지)보다 대폭 낮았다.
평균 자·손자·증손회사 수는 각각 5.0개·5.2개·0.5개로, 전년(자 4.8개·손자 4.8개·증손 0.6개)보다 증가했다.
일반 지주사의 자회사·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각각 72.2%(상장 39.4%·비상장 82.8%), 81.7%(상장 43.0%·비상장 83.6%)로 규제 수준(상장 20%·비상장 40%)을 맞췄다.
박기흥 공정위 지주회사과장은 "기업이 지주사를 가지는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지주사 조직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은 유지하되, 총수일가의 '과도한' 지배력 확대는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국회에 계류돼 있는 의원 입법 상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