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식품기업 농심이 제품 가격을 지속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뚜렷한 히트 신상품을 내지 못하고 있고 가격까지 인상하면서 시장 점유율은 지속 하락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농심이 영업이익 감소분을 인건비 및 경영 효율화나 신제품 효과 등으로 만회하기보다 가격 인상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가격 인상의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스낵류 19개 브랜드의 출고가격을 오는 15일부터 평균 6.7% 인상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등 비용 상승으로 인해 원가압박이 누적되어 왔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번에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라며 "원부자재 가격 및 임금 인상 등 제조원가 상승, 물류비 및 판촉 관련 비용이 지속해서 증가해왔지만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조정했다"라고 말했다. 출고가격 기준 새우깡은 6.3%, 양파링·꿀꽈배기·자갈치·조청유과 등은 6.1%, 프레첼은 7.4% 인상된다.
이에 앞서 농심은 지난 2016년 12월 주력 사업인 라면에서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을 평균 5.5% 인상한 바 있다. 올해 초에도 생수 브랜드 백산수의 가격을 7.8% 인상했다.
업계에서는 농심이 라면 가격을 인상한 지 2년도 안 된 시점에서 또다시 생수와 스낵 가격을 인상한 것을 두고 과도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 경쟁업체인 오뚜기는 10년째 라면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있다. 스낵 경쟁사인 오리온의 경우는 5년째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오리온은 제품 용량을 늘리면서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농심은 가격 인상뿐 아니라 뚜렷한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지 못하면서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농심은 2015년 '짜왕'을 히트시킨 이후에 해물안성탕면, 얼큰장칼국수, 스파게티 라면 등 여러 신제품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이런 이유로 농심은 주력 분야인 라면 시장에서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 24.0%에 달했던 농심의 라면 점유율(판매수량 기준)은 2017년 54.0% 로 지속 떨어지면서 올 상반기에는 51.9%까지 떨어졌다.
반면 오뚜기는 2016년 24.0%에서 지속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올 상반기에는 26.7%까지 확대했다. 삼양식품도 점유율이 증가했다.
이에 농심 관계자는 "라면사업의 경우 판매액 기준으로는 아직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농심이 영업이익 감소분을 신제품 개발이나 인건비 절감 및 경영 효율화 등으로 해결하기보다 가격 인상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가격 인상의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농심의 3분기 영업이익은 217억원으로 전년동기 313억원 대비 30.7%나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은 직원들의 근속기간이 매우 길어 인건비 비중이 높은 기업 중 한 곳"이라며 "업계서 거의 유일하게 정년까지 갈 수 있는 기업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농심이 자체적인 인건비 절감이나 경영 효율화 작업 없이 영업이익 감소분을 가격 인상으로 해결하려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의 백운목 연구원은 농심의 3분기 실적 감소 배경에 "신제품 효과가 둔화되었고, 추석 시차로 영업일수가 적어 국내 라면 시장이 축소되었기 때문"이라며 "또 원·부재료 가격 상승, 물류비·인건비 증가 등으로 비용 통제도 쉽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