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최근 급격히 발달된 아태지역의 채권시장에 대해 경각심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시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2018 한국은행(BOK)-국제결제은행(BIS) 공동컨퍼런스' 개회식에 참석해 "아태지역 채권시장 발달은 금융시장 발전과 정책운용에 있어 많은 긍정적 기여와 함께 적지 않은 부담을 동시에 초래하고 있다"며 "글로벌 요인 영향력이 확대돼 금융·외환 시장의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전 아태지역 상황에 대해 "채권시장의 발전이 미흡해 금융중개에 있어 단기 은행차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으로 은행차입의 롤오버(roll-over)가 원활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각국이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견실한 금융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채권시장은 그 규모카 크게 확대됐다"며 "유동성이 제고됐고 개방도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아태지역 채권시장의 발달은 금리중심의 통화정책 정책과 외인자금의 안전성을 크게 높였지만 부정적 요인도 뒤따랐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의 역내 채권 보유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채권금리가 자국의 경제상황이나 통화정책 외에도 글로벌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됐다"며 "그간 대거 유입된 외국인 채권자금이 대규모 유출로 반전될 경우 금융·외환시장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지속,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글로벌 여건의 급격한 변화로 최근 일부 신흥국들은 자본 유출 가속화와 함께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된 추세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해 채권시장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대외 충격으로 인한 자본유출입 확대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제 전반의 복원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경상수지 개선, 외환보유액 확충, 환율 유연성 확대 등을 통해 대외리스크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금융안전망 확충을 위한 국제공조를 지속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아시아 역내 차원뿐만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BIS 등 국제기구와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을 위한 협력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채권시장 투자자 다변화, 회사채 시장 활성화, 발행·유통 제도 선진화 등 시장의 하부구조와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채권시장의 규모와 유동성을 확대해 역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