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축구가 확 달라졌다. 상당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남태희, 황의조, 문선민, 석현준이 릴레이 골 폭죽을 터뜨리며 2018년 마지막 A매치를 화끈한 승리로 장식했다.
우선 4-0이라는 스코어가 놀랍다. 우즈베키스탄은 FIFA 랭킹 94위로 53위 한국보다 한참 처지지만 최근 수 년간 한국이 우즈벡을 만나 시원하게 이겼던 기억이 거의 없다.
한국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2018년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우즈벡과 만날 때마다 힘든 경기를 펼쳤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때는 원정에서 2-2로 비기고, 홈에서도 상대 자책골로 겨우 1-0으로 이겼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홈경기 2-1 승리, 원정 경기에선 0-0으로 간신히 비겼다. 2015년 1월에 열린 아시안컵에서는 8강전에서 맞붙어 전후반 0-0으로 비긴 뒤, 연장 가서야 손흥민의 2골 활약으로 2-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그해 3월 대전에서 다시 우즈벡과 평가전을 치렀는데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번에 호주에서 만난 우즈벡은 이전의 끈끈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압박도 헐거워 우리 선수들이 가진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한국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 자체가 예전과는 확 달라진 느낌을 줬고 골도 필요할 때 시원하게 터졌다. 이용의 크로스를 논스톱으로 해결한 남태희의 선제골, 어떤 위치에서도 걸리면 넣는 황의조의 추가골, 상대 골키퍼가 손도 못쓸 정도로 강력했던 문선민의 대포알 중거리슛, 오랜 골 갈증을 해소한 석현준의 마무리골 모두 통쾌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한국이 이번 호주 원정에서 차(손흥민)와 포(기성용) 없이 경기를 치렀다는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 기둥이 빠진 가운데서도 대표팀은 전력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앞선 홈팀 호주전에서는 1-0 리드를 못지키고 종료 직전 동점골을 내줘 1-1로 비겼다. 결과는 아쉬운 무승부였지만 경기 내용은 사실상 많이 밀렸다.
그런데 호주전을 통해 대표팀은 한 뼘 더 성장했다. 중원에서 호흡을 맞춰본 황인범-주세종 조합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해내면서 기성용 없이도 중원 싸움에서 우즈벡을 압도할 수 있었다. 황의조는 호주전 선제골로 과시한 골감각을 우즈벡전에서도 이어갔다. 손흥민이 빠지니까, 6개월만에 대표 컴백한 이청용과 재간 많은 남태희가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에 힘을 불어넣었다.
벤투 감독의 색깔과 전술을 선수들이 착실하게 몸에 익혀 그라운드에서 풀어내고 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착실한 빌드업과 전방위적 압박, 볼을 끌지 않는 원터치 패스 등은 플레이 자체가 답답하지 않고 시원한 느낌을 줬다.
기존 선수들은 더 분발하게 하고, 새로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에겐 될수록 출전 기회를 주며 가능성을 키우도록 하는 등 벤투 감독의 팀 운영도 틀이 갖춰지고 있다.
한국 축구는 벤투호 출범 후 A매치를 알차게 활용했다. 9월 벤투 감독 데뷔전에서 코스타리카를 2-0으로 꺾었고 칠레전은 0-0으로 비겼다. 10월에는 FIFA 랭킹 5위의 강호 우루과이를 2-1로 잡는 쾌거를 이뤘고 파나마전에서는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첫 해외 원정에 나서 치른 이번 11월 A매치 2연전도 1승1무로 잘 마무리했다.
특히 우즈벡전에서 달라진 대표팀의 총합체를 보여주는 듯한 대승으로 3승3무 무패 행진을 이어간 것은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