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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토부, 항공산업 제도개선…속내는 대한항공 죽이기?

2018-11-25 11:47 | 최주영 기자 | jyc@mediapen.com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잘나가던 기업하나가 사라지는 게 정말 한 순간일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정부의 막강한 규제로부터 각종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대한항공 이야기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항공산업 제도 개선방안은 사실상 대한항공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7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관계자들이 조인트 벤처 협정 체결을 마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오른쪽 세번째부터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 스티브 시어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 및 글로벌 세일즈 전무/사진=대한항공 제공



개선안에는 임원이 업무에 무관한 범죄를 저질러도 해당 항공사 운수권을 제한하고 2년간 임원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이 담겼다. 항공사의 노선별 운항의무기간을 차등 설정하고 이미 배분된 운수권을 재평가해 회수 또는 재배분할 수 있다는 조항을 뒀다. 

이는 조양호 회장의 재판을 앞두고 있는 대한항공 입장에선 치명적이다. 그는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로 재판 결과 벌금형만 받게 되더라도 2년간 임원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에 따라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동일기업집단 내 계열 항공사간 임원 겸직을 금지하는 규정도 사실상 대한항공과 진에어를 염두에 둔 규제로 풀이된다. 조양호 회장은 그룹 계열사 이사를 겸직하고 있고, ‘갑질 사태’로 그룹 내 직책에서 물러나 있는 조현민 전 전무는 진에어‧대한항공 이사를 겸직했었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냉소적이다. “국내 항공산업의 도약 계기를 만들겠다”는 국토부의 주장과 달리, 이들 규제가 항공산업 자체를 옥죄려는 수단으로 쓰이지 않겠냐는 우려다. 지난 4월 ‘물컵 갑질’과 ‘외국인 불법임원’ 등 일련의 사태가 있기 전까지 허술했던 국토부가 자신의 귀책을 덮기 위해 무수한 과잉조항을 신설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LCC의 한 고위임원은 “자칫 대한항공을 본보기로 삼으려다 항공산업 전체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는 고강도 규제”라며 “특히 운수권 회수 및 재분배 규정은 해외공항에서 국내 입지와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국제 경쟁력 강화는 그야말로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국토부가 항공업계 ‘새 기준’이라고 부르는 항공산업 개선안은 사실상 징벌적 성격의 처벌법에 가깝다는 게 항공업계 주장이다. 하지만 일각의 우려는 규제권 발동에 따르는 당연한 반발 정도로 생각하는 마음 편한 국토부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과연 이 정부에서 대한항공같은 글로벌 일류 물류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돌이켜보면 해방 직후 혼돈의 상황에서 수송사업의 기틀을 마련, 화물과 여객수송 분야를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게끔 이끈 회사가 바로 대한항공이다. 한진그룹이 지금의 위치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창업주 시절부터 3대까지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한 과감한 투자와 도전정신이 꼽힌다.

하지만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그 어느때 보다 활발한 경영에 나서야 하는 대한항공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에 서 있는 형국이 됐다. 미국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체결을 자축하는 축배를 들어올린 게 불과 6개월전이다. 그 전후 벌어진 일들은 익히 알려진대로다. 여론의 싸늘한 시선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정부 규제까지 겹쳐 대한항공의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 

운수권 회수든 경영권 박탈이든 기업경영에 정부의 통제와 감시가 앞선다면 우리 항공사들의 입지 또한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또 이는 결코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않는다. 

이번 국토부의 조치가 국내 항공산업의 장기적 관점에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더이상 불필요한 규제에 애꿎은 항공사들이 희생되지 않기를 바란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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